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벌어진 잠실구장. LG는 0-3으로 뒤진 9회말 2사 후 4번 타자 정성훈이 이재영을 상대로 중견수 키를 넘어가는 2루타를 날렸다. 주자는 2사 2루, LG는 그렇게 역전의 작은 불씨를 살렸다.
다음 타순은 박용택-정의윤, 중심타선으로 공격이 이어져 충분히 득점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2위 탈환을 위해 1승이 급한 SK는 마무리 좌완 정우람을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기 위해 투입했다. 그 순간, LG 벤치에선 이상한 기류가 흘렀다. 타석에 들어가려던 좌타자 박용택 대신 신인투수 신동훈이 타석에 들어온 것. 결국 신동훈은 방망이를 내 보지도 않고 루킹삼진을 당해 경기가 끝났다.
LG 김기태 감독의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선수기용이다. 우선 SK의 경기막판 잦은 투수교체에 대한 항의라고 해석할 수 있다. SK는 9회에만 3명의 투수가 등판했지만 모두 납득이 가는 기용이다. 8회부터 던진 박희수는 첫 타자 최동수만 잡고 마운드를 내려갔고 이재영은 이진영을 잡았지만 정성훈에 2루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다음 타자는 좌타자 박용택, 충분히 마무리 좌완 정우람의 투입이 이해가 간다. 더군다나 정우람은 세이브 요건이 갖춰진 등판이었기에 결코 상대팀에 결례가 되는 교체는 아니었다.

결국 신동훈의 투입은 경기 포기로 해석이 가능하다. 우타자 대타요원이 둘이나 남아 있었지만 신인투수가 대신 타석에 들어섰고, 지시라도 받은 듯 방망이를 전혀 내밀지 않았다. 지난 4일 데뷔 후 처음으로 1군에 등록된 신인 우완 신동훈은 "공 1개만 던져도 기분 좋을 것 같다"며 등판을 꿈꿨지만 정작 타자로 1군에 데뷔를 하고 말았다.
9회말 2사 후 3점의 점수 차, 분명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그렇지만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프로야구의 특성이다. 같은 날 광주구장에서 롯데는 9회 2사 후 역전극을 펼치며 승리를 거뒀다. 0-1로 뒤진 9회초 롯데는 2사 1루로 패색이 짙었다. 여기서 조성환이 KIA 마무리 최향남을 상대로 우전안타를 뽑아내 1,2루가 됐고 황재균의 동점 적시타가 이어졌다. 황재균의 도루로 2,3루에 주자가 진루했고, 대수비로 7회 투입된 황성용이 우중간 2타점 역전 적시타로 역전극을 완성했다.
이날 롯데 타자들은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려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집중력을 보여줬다. 조성환은 노볼 2스트라이크에서 안타를 기록해 기회를 이어갔고 황재균도 1볼 2스트라이크로 카운트가 불리했으나 정확한 스윙으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롯데 역전승의 원동력은 화끈한 타력이 아닌 선수들의 승리에 대한 집중력이었다.
9회 2사 후 3점을 뒤지고 있던 LG보다 더 큰 점수차를 딛고 승리를 거둔 경우도 있다. 2002년 4월 10일 롯데는 9회 1-5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1,2루를 채운 롯데는 박현승의 적시타로 1점을 따라갔고 김대익이 볼넷을 얻어 만루를 채웠다. 그리고 김응국이 마무리 김진웅을 상대로 역전 끝내기 만루포를 터트려 6-5로 승리를 거뒀다. 역대 9회 2사 후 최다 점수 차 역전승 기록이다.
비록 실낱같은 희망이지만 LG에게 경기를 뒤집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었다. 만약 역전을 못 한다고 하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 하는 것이 야구다. 이날 김기태 감독의 결정은 신인 신동훈, 그리고 4강 진출이 좌절됐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응원을 보내기 위해 잠실구장을 찾은 7천819명의 관중들에 상처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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