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야, 오늘 3안타 친 네가 인터뷰 했어야 되는데".(웃음)
뒤늦은 감이 있고 아직도 더 배워야 하는 입장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실상 첫 풀타임 시즌 후반기 부동의 4번 타자로 자리잡던 선배의 공백을 메워가며 점차 자신의 거포 본능을 보여주고 있다. 두산 베어스 9년차 내야수 윤석민(27)이 훗날 '포스트 김동주' 시대를 향한 대권 도전장이 된 쐐기포로 포효했다.
윤석민은 지난 12일 목동 넥센전에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장해 1-0으로 앞선 6회초 상대 선발 앤디 밴 헤켄의 초구 투심 패스트볼(134km)을 받아쳐 중월 쐐기 투런으로 연결했다. 이원석의 선제 결승 2루타 후 곧바로 터진 윤석민의 홈런 덕택에 두산은 좀 더 편하게 경기를 이끌어가며 3-0 승리를 거두고 2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향해 성큼 다가섰다.

2004년 구리 인창고를 졸업하고 2차 3라운드로 두산에 입단한 윤석민은 이미 오래 전부터 '2군의 김동주', '제2의 김동주'라는 수식어를 듣던 유망주였다. 그러나 공수주 여러 면에서 김동주라는 큰 산을 넘기는 부족한 감이 많았고 야구에 대한 절실함 면에서도 좋은 평을 받지 못하며 중용되지 못했다. 윤석민이 비로소 1군 전력으로 가세한 것은 공익근무 소집해제 후 1년이 지난 2011시즌부터였다.
지난해 80경기 2할8푼7리 4홈런 19타점으로 가능성을 비췄던 윤석민은 시즌 전 김동주, 이원석과 3루를 놓고 물밑 경쟁을 펼쳤다. 그러나 오랫동안 중심타선을 지키며 타선의 상징이 되었던 김동주가 있었고 또 다른 경쟁자 이원석은 3루 수비면에서 윤석민보다 우위에 섰다. 올 시즌 역시 윤석민은 백업 요원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그 와중에서 김동주의 부상은 윤석민에게 기회가 되었다. 예년 같지 않은 김동주의 파괴력으로 인해 가뜩이나 고민이 많았던 팀은 허벅지 부상의 장기화로 인해 2군으로 내려간 김동주를 대신해 윤석민에게 중심타자로서 출장 기회를 주었다. 8월 중하순 4,5번 타자로 꾸준히 출장하면서도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며 두산의 빈타 릴레이에 본의 아니게 가세했던 윤석민은 9월 들어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올 시즌 93경기 2할6푼9리 8홈런 40타점(12일 현재)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는 윤석민의 9월 타격 성적은 8경기 3할5푼5리(31타수 11안타) 2홈런 6타점으로 뛰어나다. 아직 김동주의 전성 시절만큼 상하위 타자들에게 우산 효과를 낳는 거포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사실상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르는 타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윤석민은 분명 분전하고 있다.
경기 후 윤석민은 "앞 타석의 원석이가 먼저 한 점을 뽑아서 큰 부담 갖지 않고 멀리치려는 생각으로 때려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요즘 왼 어깨가 빨리 열려 밀어치려는 연습을 많이 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감이 올라온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우격다짐식 당겨치기 대신 밀어치더라도 힘의 집중도를 높이는 타격이 윤석민의 상승세를 이끈 것과 같다.
방송 인터뷰를 마친 후 윤석민은 이종욱과 교체되어 1번 타자로서 3안타 맹타를 터뜨린 후배 정진호와 마주친 뒤 "오늘 인터뷰 3안타나 친 네가 했어야 되는데"라며 웃었다. 원래 학창 시절에도 의협심 강한 '보스 기질'을 지녔던 윤석민이다.
팀의 상징이 된 김동주도 결국 사람이다.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어 중심 전력에 가세해도 앞으로 10년 이상 두산의 중심타자로 자리를 지킨다는 보장이 없다. 팀 입장에서는 먼 미래를 보고 김동주 시대 다음 또한 생각해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굉장히 긴 시간 동안 스포트라이트에서 벗어나 있던 윤석민은 시행 착오 끝에 '포스트 김동주' 시대를 향한 대권 도전포를 쏘아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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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