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잘 던져도 승리는 보이지 않았다.
LG의 파이어볼러 레다메스 리즈(29)가 12일 잠실 SK전에서 7이닝 1자책점의 호투를 펼쳤음에도 11패(3승)째를 당했다. 야수들은 타석에서 한 점도 뽑아내지 못했고 수비에선 실점으로 이어진 실책 4개를 범하며 선발투수의 역투를 무색케 했다.
사실 이날 경기 외에도 리즈의 외로운 싸움은 한 달이 넘게 꾸준히 이어지는 중이다. 8월부터 등판한 7경기에서 47⅓이닝을 소화하며 탈삼진 57개 평균자책점 1.90으로 최정상급 투구를 선보이고 있지만 선발승은 지난 8월 17일 대전 한화전 단 한 번뿐이다.

투구 내용을 들여다보면 기록 이상의 괴력이다. 지난 5일 대구 삼성전에서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고 구속에 해당하는 162km 포심 패스트볼을 던진 것을 비롯, 최근 선발 등판마다 평균 구속 155km에 달하는 직구를 뿌리고 있다. 직구뿐이 아닌 변화구의 각도나 컨트롤도 비약적으로 향상, 주무기 140km 슬라이더는 물론이고 상대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체인지업과 카운트를 잡는 커브도 의도대로 구사되는 중이다.
쉽게 말해 8월 이후의 리즈는 이전과 다른 투수다. 시즌 초 마무리투수로 등판해 16연속 볼, 4연속 볼넷을 저질렀을 때는 물론이거니와 작년 11승을 거뒀을 때보다도 한 단계 진화했다. 여전히 퀵모션이 크고 허무하게 볼카운트가 불리하게 전개되는 경우도 있지만 9이닝 기준 경기당 탈삼진 10개 이상의 수치를 기록할 만큼 구위가 약점을 상쇄한다. 즉 구위만을 놓고 봤을 때는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의 투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후반기 LG의 주전 포수로 경기에 나서고 있는 윤요섭은 리즈와 호흡을 맞추는 것에 대해 “특별히 무언가를 주문할 것도 없다. 그냥 잘 받아주기만 하면 된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리즈 스스로도 “최근 투구 밸런스가 좋다. 감을 찾은 것 같다”라며 “시즌 내내 로케이션을 잡기를 원했고 이제는 내가 원하는 곳에 직구를 꽂아 넣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변화구도 자신이 많이 생겼다. 변화구에 있어선 정말로 지난해보다 좋아졌다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하지만 LG 타선은 리즈가 등판한 최근 32이닝 동안 무득점으로 철저히 침묵 중이다. 물론 지금의 투구가 유지된다면 재계약이 유력하다. LG 김기태 감독은 “7월에 이정도 했으면 참 좋았을 텐데”라고 아쉬움을 보이면서도 “지난해 성적도 있고 어느 정도 검증된 투수다. 이만한 투수를 다시 찾기도 힘든 만큼 내년에도 함께 갈 확률이 높다”고 리즈가 다음 시즌에도 LG 유니폼을 입을 것이라 바라봤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은 만큼, 재계약에 대한 내부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결국 투수는 팀의 승리를 위해 마운드에 오른다. 아무리 구위가 좋아도 팀을 승리로 이끌지 못하면 이는 반쪽짜리 투구일 뿐이다. 리즈가 올 시즌 남은 약 3번의 선발 등판에서 막강 구위와 함께 지독한 불운에서도 탈출할 수 있을지, 좀처럼 인연을 맺지 못하던 승리는 몇 번이나 거둘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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