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스쳐가는 바람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가고 있다. 한화가 한용덕 감독대행 체제에서 희망과 미래를 발견하고 있다.
한화는 한용덕 감독대행 체제 11경기에서 7승4패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미 꼴찌 탈출이 버거워질 정도로 난파된 팀을 물려받아 수습에 나선 한용덕 대행은 당장의 성적은 물론이고 미래까지 내다보며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한용덕 대행체제에서 한화는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 홈경기·류현진 승률 향상

한용덕 대행이 처음 지휘봉 잡고 지휘한 지난달 29일 대전 넥센전. 대전구장에는 시즌 최소 2175명의 관중만이 찾아 적막함을 들게 했다. 한용덕 대행은 "남은 경기 홈팬들에게 최대한으로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다. 선발 로테이션도 홈경기에 유리하게 맞추겠다. 팬들이 등을 돌리면 우리는 없다"며 홈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용덕 대행 체제에서 한화는 대전 홈경기 6경기 5승1패로 무려 8할3푼3리의 승률을 거두고 있다. 이전 53경기에서는 19승34패 승률 3할5푼8리에 그치며 홈팬들에게 실망을 안겼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홈팬들앞에서 체면이 선다.
또 하나는 에이스 류현진의 100% 승률이다. 한 대행 체제에서 류현진은 3경기 선발등판해 모두 승리투수가 됐다. 22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벌이고 있다. 그 이전에는 21경기에서 5승8패였다. 동기부여가 된 류현진이 전력투구하는 효과도 있지만 그가 나오는 날 수비 위주의 라인업을 꾸린 것도 성공하고 있다. 한 대행은 "희한하게 현진이가 나오는 날 이상한 실책성 플레이가 많았다. 최소한 수비를 강화하는 게 승률을 높일 수 있는 길"이라고 전망했는데 그말처럼 수비가 안정되자 류현진이 더 위력적으로 변모했다. 에이스가 웃어야 팀도 웃을 수 있다.
▲ 줄어든 번트와 늘어난 도루
한 대행 체제에서 한화는 번트가 눈에 띄게 줄었다. 한 대행 체제 11경기에서 희생번트는 모두 7개. 3회 1개, 5회 2개, 6회 1개, 7회 2개, 8회 1개로 경기 중후반에 희생번트가 몰려있다. 이전에는 1회 13개, 2회 9개, 3회 12개로 경기 초반에 희생번트가 집중됐다. 하지만 한 대행은 장성호를 2번 타순에 전진배치하는 등 경기 초반 강공 승부를 벌이고 있다. 한 대행은 "경기 초반에는 번트를 하거나 작전을 많이 걸지 않으려 한다. 죽든 살든 타자에게 칠수 있는 기회와 경험을 주고 싶다"고 했다. 대신 번트는 1점이 필요할 때 댄다. 그래서인지 희생번트 이후 득점 성공률도 57.1%로 종전 46.5%보다 크게 상승했다.
반대로 도루가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11경기에서 무려 15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도루 실패 6개까지 포함하면 경기당 평균 1.91개 도루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종전 105경기에서는 경기당 평균 도루 시도가 0.99개에 불과했는데 두 배 가까이 많아졌다. 한 대행은 "우리팀은 타격이 아주 좋은 팀이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든 스코어링 포지션에 주자를 갖다 놓는 게 중요하다"며 "적은 안타로 득점을 뽑으려면 기동력을 살리는 수밖에 없다. 우리도 이제 안타 하나 치고 득점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도루 성공률도 종전 64.4%에서 71.4%로 올랐다. 이학준·하주석 등 발 빠른 선수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결과다.
▲ 젊은피 중용과 경쟁 체제 형성
한용덕 대행은 시즌 28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지휘봉을 물려받았다. 가장 중요한 건 희망과 가능성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남은 시즌 성적도 무시할 수 없지만 한 대행은 최대한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1~2군을 오르내린 내야수 하주석과 2군에만 머물렀던 외야수오준혁이 중용되고 있다. 두 선수 모두 한화에 보기 드물게 빠른 발이 장기. 새로운 활력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젊은 선수들의 활약은 기존 선수들에게도 자극제가 될 수밖에 없다. 시즌이 거의 마감돼 가는 상황이지만 젊은 선수들의 성장으로 경쟁 체제가 형성됐다.
한용덕 대행은 "그동안 기회가 많지 않았던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한다. 젊은 선수들 위주로 미래를 보고 운영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기존의 선수들에게도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주전 선수들이 '난 늘 경기에 나간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 팀 전체가 느슨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수·내야수·외야수 등 모든 포지션에서 베테랑과 신예를 가리지 않고 고르게 출장기회를 얻고 있다. 젊은피들의 중용과 함께 경쟁 체제의 형성은 한화를 강하게 살찌우게 만들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팀을 제대로 추스리고 있는 한 대행의 리더십이 한화의 미래를 밝게 비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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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