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게 이것밖에 더 있겠어요".
'슈퍼루키' 한화 내야수 하주석(18)은 지난 12일 대전 삼성전을 마치고 기분 좋은 첫 경험을 했다. 홈팀이 승리하면 대개 수훈 선수를 뽑는다. 이날 2회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내야 안타를 만든 뒤 2루 도루까지 성공한 하주석은 허슬 플레이어로 선정돼 상금 30만원을 받았다. 그는 "프로 데뷔 이후 처음 받는 것"이라며 흙투성이가 된 유니폼을 가리켜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건 이것 뿐"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날 하주석은 빠른 발을 앞세운 허슬 플레이로 팀 승리에 한 몫 단단히 했다. 1-0으로 리드한 2회 1사 주자없는 상황에 윤성환을 상대로 유격수 방면에 깊숙한 타구를 날렸고, 1루 베이스를 향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들어갔다. 워낙 쏜살같이 파고들었고, 1루에서 세이프됐다. 이어 곧바로 2루 도루를 성공시키며 삼성 배터리를 압박한 뒤 오선진의 2루타 때 홈을 밟았다. 2-0으로 스코어를 벌린 추가점이었다.

신일고를 졸업하고 2012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지명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하주석은 개막 엔트리에 들었으나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3번이나 1군 엔트리 제외 및 복귀를 반복했다. 하지만 지난 1일 확대 엔트리에 맞춰 1군에 등록된 후 9경기 중 8경기에서 선발출장하며 테스트를 받고 있다. 한용덕 감독대행은 "한화의 미래이자 희망"이라고 말한다.
수비력과 주력은 이미 인정받았다. 한용덕 감독대행은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수비범위가 아주 넓다. 남들이 쫓아가지 못하는 타구를 따라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가끔 보면 깜짝 깜짝 놀랄 정도"라고 높이 평가했다. 하주석은 2루·3루·유격수 모두 넘나들고 있다. 최만호 주루코치는 "고졸신인이데도 도루 능력과 센스가 뛰어나다. 발 빠르기는 이학준과 함께 팀 내 최고"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하주석은 여전히 만족을 못한다. 타격 때문이다. 그는 "타격이 안 돼 고민이다. 수십번 타격폼이 바뀌었다. 프로 무대가 만만치 않다는 걸 느낀다. 힘이 부족하고 볼카운트 싸움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잘 해야 하는데 요즘 이래저래 고민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하주석은 올해 53경기에서 76타수 13안타로 타율이 1할7푼1리에 불과하며 홈런 1개에 2타점만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타격도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한용덕 감독대행은 "아직 타격에서 세기가 부족한 게 느껴진다. 하지만 순발력이 뛰어나 타구에 힘을 실을 줄 안다. 타격만 보완되면 앞으로 정말 크게 될 수 있는 선수"라고 했다. 김용달 타격코치도 "비슷한 또래의 NC 박민우보다 정확성은 떨어질지 몰라도 장타력은 훨씬 뛰어나다. 좋은 재목이기 때문에 앞으로 힘이 붙고, 변화구 대처 능력 키우면 분명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격 때문에 이런저런 고민이 많은 그이지만 그 와중에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와 빠른 발이 바로 그것. 하주석은 "지금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건 허슬과 빠른 발밖에 없다. 앞으로 기회만 되면 계속 뛸 것"이라고 의욕을 드러냈다. 풋풋한 패기가 넘치는 청년 하주석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