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을 채찍으로 때리겠다" VS "노코멘트"
K리그 16개 구단의 감독과 선수들이 지난 12일과 13일 이틀에 걸쳐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아산정책연구원에 모여 K리그 2012 스플릿 시스템에 대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12일에는 하위 8개팀이 강등을 피하기 위한 의지를, 13일에는 K리그 우승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을 향한 각오를 밝혔다.
상위 그룹과 하위 그룹의 다른 위치 만큼 기자회견 분위기도 상이했다.

먼저 열린 하위 그룹 감독들은 비장했다. 절대 강등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력했다. 그만큼 감독들의 말은 날이 서 있었다. 질문 하나 하나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강등 유력 후보 팀을 꼽아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노코멘트"를 외쳤고, 오히려 질문자를 질책하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또한 걱정이 대부분이었다. 하위 그룹인 만큼 강등권 탈출이 주목표였지만, 그 이상의 것이 없었다. 하위 그룹의 상위팀들은 더 이상 순위가 올라갈 수 없는 상황에서 선수들을 어떻게 동기부여시킬 수 있을지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런 모습에 취재진들 사이에서는 하위 그룹의 기자회견을 한 의미가 없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상위 그룹의 기자회견을 전혀 달랐다. 예상했던 것처럼 웃음도 넘쳤다. 1위 서울은 선두를 수성해 우승을 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고, 나머지 7개 구단들은 강력한 도전 의지를 밝혔다. 상위 그룹의 하위권팀들은 우승이 안되면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지는 3위라도 노려보겠다고 확실한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다른 팀과 관련된 질문도 거리낌 없이 답했다. 1위 서울에 6연승을 기록 중인 수원 윤성효 감독은 유독 서울에 강한 이유에 대해 "편하게 경기를 준비하고 나가서 이긴다"고 말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바로 옆자리서 윤 감독의 대답을 들었지만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선수들의 발언도 재치가 넘쳤다. 최진한 감독이 FA컵에서 우승할 경우 "경남스타일로 말춤을 추겠다"고 공약을 내세우자, 경남의 주장 강승조는 "감독님이 춤을 추면 뒤에서 채찍찔을 하겠다"고 말해 좌중을 폭소에 빠지게 만들었다.
분명 같은 장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이었지만, 기자회견장에서 감도는 온도차는 컸다. 강등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앞둔 하위 그룹은 냉랭하기 그지 없었지만, 우승이라는 기쁨의 순간을 바라는 상위 그룹은 그들의 열정 만큼이나 화끈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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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효 감독(좌)과 최용수 감독 /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