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이닝 더 던지게 하고 싶었지만…".
'괴물 에이스' 한화 류현진(25)에게 기본이 되는 이닝은 7이닝이다. 그는 올해 선발등판한 24경기 중 15경기에서 7이닝 이상을 던졌다. 특히 15경기 중에서 14경기를 2자책점 이하로 막았는데 7이닝 이상 2자책점 이하 피칭이 14경기로 리그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많다. 최대한 많은 이닝을 최소한의 실점으로 막는 능력이 대단하다. 류현진에게 그 기준점이 7이닝이다.
그랬던 '이닝이터' 류현진이 지난 12일 대전 삼성전에서 6이닝만 던지고 내려갔다. 6회까지 3피안타 2볼넷 1사구 9탈삼진 무실점. 6회에는 3타자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울 만큼 구위가 좋았다. 3-0의 스코어도 류현진의 7회 등판을 예상케 했다. 총 투구수도 103개였다. 하지만 7회부터 마운드에는 류현진이 아닌 구원투수 송창식이 올랐다.

이에 대해 한용덕 감독대행은 "사실 고민을 많이 했다. 현진이가 7회까지만 던져주면 경기를 진짜 편하게 가져갈 수 있었다. 하지만 현진이 본인이 힘들어하더라. 비 때문에 컨디션 조절도 쉽지 않았다"며 "전 경기에서 많이 던진 영향도 있었다. 현진이가 1회만 더 던져주면 편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무리시킬 수 없었다. 다음 투수들이 막아줄 것으로 믿고 6회까지만 던지게 했다"고 밝혔다.
류현진은 지난 6일 대전 롯데전에서 올 시즌 리그 최다 132개의 공을 부렸다. 투구수 130개가 넘은 뒤에도 최고 150km 강속구가 나올 정도로 역투했다. 5일을 쉬고 다시 마운드에 올랐지만 그 후유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날 경기 중 보슬비까지 내리는 상황이라 부상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았다. 결국 과감하게 교체 결정.
류현진도 "어제는 많이 힘들었다. 아무래도 132개를 던진 영향이 없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코칭스태프의 배려 속에 류현진도 무리하지 않을 수 있었고, 송창식-박정진-안승민으로 이어진 불펜진이 그의 승리를 마지막까지 지켜줬다. 8회 2실점하며 1점차로 턱밑까지 쫓기는 위기도 있었지만 류현진은 "어떻게든 잘 막아냈을 것"이라며 믿음을 드러냈다. 류현진이기에 6이닝을 던지고 내려온 것만으로도 이야깃거리가 된다. 확실히 그는 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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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