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한국영화계 일침 “새로운 영화 없다”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2.09.13 19: 22

제 69회 베니스영화제의 최고상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영화 ‘피에타’의 김기덕 감독이 한국영화에 대해 강도 높은 일침을 가했다.
13일 오후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영화진흥위원회 주최 ‘피에타’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축하연이 진행됐다. 이날 김기덕 감독과 조민수, 이정진을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 최광식 장관과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위원장, 임권택 감독 등 영화계 관계자들이 자리했다.
김기덕 감독은 “안타까운 것이 해외에서 ‘요즘 새로운 한국영화가 없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는 점이다. 한국영화가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도까지 굉장히 좋았는데 그 이후에는 선택을 하려고 해도 영화가 없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홍상수, 박찬욱, 봉준호, 이창동의 영화만 보게 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영화의 제작이나 환경이 오락 위주로 흘러가면서 감독들이 투자자들의 선택에 조종돼야하는 분위기 속에서 결국 나 또는 박찬욱 감독님 같은 그 외 한국의 2000년대를 세계에 알린 감독님이 없어지지 않았나 싶다. 균형이 깨진 것이다”며 최근 감독교체나 경질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는 것에 대해 투자자와 창작자 사이의 차이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기덕 감독은 “이 같은 문제가 지속될 경우 제2의 봉준호, 홍상수, 박찬욱은 없다”며 “창작의 넓은 영역을 영화인들에게 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또한 앞서 ‘피에타’ 수상 관련 기자회견에서 언급했던 멀티플렉스 독과점 논란을 언급했다. 그는 “많은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상영 기회를 얻지 못하고 다운로드로 넘어간다. 멀티플렉스의 의미가 뭐냐. 파리의 멀티플렉스를 가면 13개관에 13개 영화가 걸려있다”며 “멀티플렉스는 관객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고자 만들어진 것인데 흥행영화, 유명배우 영화가 3~4관 차지하고 있다. 동료들의 쿼터를 뺏는 것 아닐까. 균형을 잡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기덕 감독은 영화산업의 중요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영화산업은 단기 사업이 아니라 거대한 사업이다. 오락이기도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제2의 학교이기도 하다. 투자자와 제작자에게 돈 놓고 돈 먹기가 아니었으면 한다”며 “‘피에타’는 황금사자상이라는 타이틀 덕에 복을 받았지만 다음의 영화인들은 창작에서 오락으로 고민하지 않게 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피에타’는 악마 같은 남자 강도(이정진 분) 앞에 어느 날 엄마라는 여자(조민수 분)가 찾아와 두 남녀가 겪는 혼란, 그리고 점차 드러나는 잔인한 비밀을 그린 작품이다. 황금사자상 수상 후 관객몰이에 성공하며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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