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이하 아그대, 극본 이영철, 연출 전기상) 시청률이 저조하다. 지난 8월 7%대 시청률로 첫 방송을 시작한 ‘아그대’는 반환점을 돈 현재 시청률 반등에 성공하지 못한 채 수목극 경쟁에서 부진의 기록을 써내려 가고 있다. 샤이니 민호와 에프엑스 설리 등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의 주연 낙점과, ‘꽃보다 남자’의 전기상PD가 의기투합한 작품치고는 다소 아쉬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시청률이 저조하다고 해서 ‘아그대’가 미덕이 없는 드라마는 아니다. ‘아그대’는 청춘물을 표방하며 그 나이 또래에 경험할 수 있는 고민과 방황 등 정제되지 않은 과정 그 자체를 담아내는 드라마다. 청춘의 불안과 상흔 등은 아직 진한 녹색으로 변하기 전 특유의 빛깔처럼 정형화되지 않는 모습으로 ‘아그대’만의 풋풋함을 안방극장에 물들인다.
‘아그대’의 빛깔이 연녹색인 건 이 작품의 핵심갈등에서부터 드러난다. 여타 드라마들이 인물간의 상충하는 목표를 발판 삼아 강력하게 대립관계를 형성하는 것과 달리 ‘아그대’는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인물들이 각자의 상처를 회복하며 내적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을 화면에 담는다.

부모의 이혼과 그로인한 갑작스러운 이민으로 인종차별과 학대 속에 자란 재희와, 어머니를 잃은 이후 냉정한 아버지 밑에서 외롭게 자란 태준은 어른들의 세상 속에서 상처 입은 청춘들이지만 서로를 위로하며 성장해나간다. 소년의 고민은 곧 소녀의 고민이 되고 부모로부터 받지 못한 위로를 친구 사이에서 찾는 둘은 어른들의 세계에선 다소 낯설기까지 한 ‘우정’이라는 가치를 가슴에 새기며 소중함을 배운다.
촉망받는 높이뛰기 메달리스트였지만 부진에 시달리는 태준을 재기하게 만들기 위해 재희가 태평양을 건너고 남자고등학교로 위장전학까지 감행한다는 설정이 영 부담스럽지만은 않은 건 바로 이 때문이다. 학대로 인해 희망 없던 재희의 삶에 태준은 다시 살아볼 이유가 됐고, 태준은 엄마의 죽음 이후 잊고만 지냈던 무조건적인 사랑의 존재를 재희를 통해 회복하며 두 사람 사이엔 우정을 넘어선 절대적인 유대감이 형성된다. 순수한 시절에 가능할 수 있는 다소 무모하기까지 한 열정은 비록 여러 가지 면에서 이 작품이 부족함을 지적받을 지언정 다른 드라마들이 흉내낼 수 없는 '아그대'만이 가진 힘이다.
sunh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