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알아서 뛰고 있다".
전통적으로 빠른 야구와는 거리가 멀었던 한화가 기동력의 야구를 펼치고 있다. 한화는 한용덕 감독대행 체제 11경기에서 무려 15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이 기간 동안 리그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많은 도루 성공이다. 종전 105경기에서는 67도루로 경기당 평균 0.64개에 불과했지만 1.36개로 두 배 넘게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기본적으로 도루를 시도하는 숫자가 늘어났다. 한용덕 감독대행 체제에서 도루 실패 6개를 포함해 경기당 평균 1.91개의 도루를 시도하고 있다. 이 역시도 종전 0.99개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 도루성공률도 64.4%에서 71.4%로 상승하며 양과 질에서 눈에 띄게 좋아졌다. 선수 구성에서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확연한 변화다.

특히 지난 12일 대전 삼성전에서는 올 시즌 가장 많은 4개의 도루를 성공시켰고 그 중 2차례가 득점으로 이어졌다. 3-2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도 발야구였다. 하주석·이학준 등 발 빠른 선수들은 물론 오선진이 2루에서 3루를 기습적으로 훔쳤으며 발 느린 최진행까지 딜레이드 스틸을 할 정도로 팀 전체가 달리는 것에 두려움이 없어졌다.
한용덕 감독대행은 "이제 선수들이 알아서 뛴다. 빠른 선수들 뿐만 아니라 느린 선수들도 도루를 하고, 센스있는 주루 플레이를 할 능력이 있다"며 "투구폼이 큰 투수들의 경우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뛴다. 어차피 1점을 짜내야 하는 상황에서는 과감하게 뛰어야 상대를 압박할 수 있다. 죽는 것을 두려워말아야 한다. 최만호 주루코치가 초를 재며 도루 타이밍을 잘 잡는다"고 설명했다. 최만호 코치도 "선수들이 잘 뛰고 있다. 경기 상황과 투수에 따라 도루 확률을 높인다"고 말했다.
발야구의 중심에는 발 빠른 선수들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대주자로 중용되고 있는 이학준은 팀 내 최고 스피드를 자랑하는 선수답게 승부처에서 요긴하게 활용되고 있다. 한용덕 감독대행은 "이학준은 스피드가 좋은 선수다. 그 능력을 충분히 살리려고 한다. 타격이 아주 좋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주루 쪽에 집중하면 자신만의 전문성도 살리고 팀도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용덕 대행 체제에서 이학준은 도루 4개를 모두 성공했다.
도루가 늘어나면서 한화도 안타 하나로 득점을 낼 수 있는 팀이 됐다. 한용덕 감독대행은 "우리팀은 타격이 아주 좋은 팀이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든 스코어링 포지션에 주자를 갖다 놓는 게 중요하다"며 "적은 안타로 득점을 뽑으려면 기동력을 살리는 수밖에 없다. 우리도 이제 안타 하나 치고 득점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삼성전 한화의 6회 쐐기 득점 과정이 딱 그랬다. 안타로 출루한 신경현의 대주자 이학준이 2루 도루를 성공시킨 뒤 희생번트로 3루까지 진출한 후 오선진의 희생플라이 때 여유있게 홈을 밟았다. 이제 한화도 안타 하나로 득점을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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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