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이 안 되면 빠져야죠".
'스나이퍼' 한화 장성호(35)는 프라이드가 강한 선수다. 1998년부터 2006년까지 9년 연속으로 3할 타율을 쳤고, 누구보다 실력이 우선되어야 함을 잘 알고 있다. 한화 이적 3년째를 맞아 처음으로 풀타임 시즌을 보내고 있는 장성호는 대망의 최연소 2000안타에도 단 3개만을 남겨두고 있다. 1000타점도 '-3'이다. 그러나 올해 성적만 놓고 보면 결코 만족할 수 없다는 게 그의 말이다.
장성호는 "올해 성적에 만족하면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팀의 116경기 중 114경기를 나와 타율 2할6푼4리 8홈런 48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2007년 이후 5년 만에 세 자릿수 안타를 치고, 만루 상황에 주자일소 3타점 싹쓸이 2루타만 4개나 터뜨렸지만 전체적인 성적에서 '장성호'라는 이름값을 떠올리면 만족감을 느끼기 힘들다.

8월을 기점으로 타율이 눈에 띄게 떨어졌고, 9월에는 선발 라인업에서도 종종 제외됐다. 장성호는 "(어깨) 수술 때문에 2년간 캠프를 가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에 위안받아선 안 된다. 어차피 핑계가 되는 것"이라며 "올해 점수는 50점이다. 요즘 선발에서도 가끔 빠지지만, 실력이 안 되면 빠져야 한다. 못 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구인생의 두 가지 목표 중 하나가 눈앞이다. 바로 대망의 2000안타. 양준혁(2318개)-전준호(2018개)에 이어 사상 3번째 대기록이다. 그는 "하루빨리 2000안타를 치고 홀가분해지고 싶다"고 했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목표를 눈앞에 앞두고 자신도 모르게 급해진 마음이 없지 않다. 장성호는 "기록을 의식 안 할 수가 없다. 될 수 있으면 빨리 치고 싶다"고 했다.
또 하나의 목표는 통산 타율 3할이다. 그의 통산 타율은 2할9푼8리. KIA에서 14년간 통산 타율 3할6리를 기록한 그는 한화 이적 후 2할5푼2리에 그치며 통산 타율이 3할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장성호는 "야구인생의 두 가지 목표가 2000안타와 통산 타율 3할이다. 3할 타율은 남은 기간도 잘해야겠지만 내년 시즌이 진짜 중요하다. 양준혁 선배의 최다안타 기록도 내 실력이 되어야 도전할 수 있는 것"이라며 내년을 승부처로 삼았다.
한화는 올 시즌을 마치면 1루수와 지명타자를 볼 수 있는 오른손 거포 김태완이 군에서 돌아온다. 기존의 김태균에 장성호와도 포지션이 겹친다. 장성호도 실력으로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는 "남은 시즌 잘 마무리하고 내년에 뭔가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를 열심히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의 2000안타 도전도 종착지가 아니라 더 큰 목표를 향해 거쳐가는 정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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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