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류현진이 맞대결서 가장 신경쓰는 타자는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9.14 10: 03

"승엽이형 보러 가야지".
한화-삼성전이 우천으로 연기된 13일 대전구장. 한화 괴물 투수 류현진(25)이 아이싱할 때 입는 빅 사이즈 티셔츠에 반바지 및 슬리프 차림으로 어슬렁어슬렁 타격훈련 중인 삼성 선수단 쪽으로 향했다. 그는 "승엽이형 보러 가야겠다"며 슬그머니 백네트 뒤쪽에 자리했다. 류현진을 발견한 이승엽은 "까불지마라. 너 때문에 기분 별로 안 좋다"고 농담을 던졌다. 류현진은 "약 좀 올려야지"라며 짓궂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안 물러났다.
류현진과 이승엽. 시대는 다르지만 대한민국 야구를 대표하는 당대 최고의 투수와 타자들이다. 올해 이승엽의 국내 복귀 함께 가장 관심을 모은 건 박찬호와의 투타 맞대결이었지만 류현진과의 승부도 흥미로운 매치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이승엽과 친분을 쌓은 류현진은 시즌 전 "승엽이형은 정말로 사람 좋은 멋진 분이다. 올림픽 때 추억이 많다. 하지만 승부하게 되면 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전의를 드러낸 바 있다.

올 시즌 류현진-이승엽의 승부는 류현진의 압도적인 승리. 총 8차례 투타 대결에서 8타수 1안타 3삼진 3땅볼 1뜬공으로 류현진이 확실한 우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류현진이 만 25세로 아직 한창 때이고, 이승엽이 만 36세로 정점에서 조금씩 내려오는 시기다. 하지만 여전히 이승엽이 리그에서 손꼽히는 활약을 펼치는 중심타자라는 것을 감안하면 류현진의 위력이 대단하다.
류현진은 이승엽과 승부에 강한 이유에 대해 "승엽이형과 붙을 때에는 나도 모르게 힘이 세게 들어가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승부욕에 불타올라 전력으로 던지게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가 이승엽을 상대로 힘으로만 승부하지 않는다. 이승엽에게 잡은 삼진 3개의 결정구보면 직구·체인지업·슬라이더로 다양했다. 힘으로만 승부하는 게 변화구를 결정구로 활용하며 타이밍을 빼앗고 있는 것이다.
류현진은 이승엽과 승부에서 총 36개의 공을 던졌고 그 중 19개가 직구였다. 하지만 마지막 결정구는 슬라이더가 3개로 가장 많았고 직구와 커브가 2개, 체인지업이 1개였다. 이승엽이 류현진에게 유일하게 안타를 뽑아낸 지난 7월18일 대전 경기 첫 타석에서 슬라이더를 공략한 것이었다. 류현진은 좌타자 상대로 주로 슬라이더를 구사하는데 이승엽 상대로도 직구(19개) 다음으로 슬라이더(11개)가 많다.
이승엽은 평소 "류현진의 공은 정말 치기 어렵다"는 이유로 해외에 보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고. 그만큼 류현진과 승부가 부담스럽다는 뜻이다. 이는 이승엽 뿐만 아니라 상대팀 모든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해당한다. 삼성의 훈련을 지켜보던 류현진을 향해 삼성 류중일 감독은 "다음주 포항에서 또 나오겠네"라며 원망 섞인 한마디를 던졌다.
류현진은 고개만 살짝 끄덕일 뿐 미묘한 웃음으로 답했다. 류현진은 18일 포항 삼성전이나 19일 대전 삼성전 선발등판이 유력하다. 올 시즌 마지막이자 어쩌면 정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괴물 투수와 국민 타자의 투타 맞대결에 또 한 번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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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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