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수와 정우람’ 논란과 숨겨진 SK 고민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09.14 07: 24

김기태 LG 감독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만수 SK 감독은 “우리 사정을 몰라서 그런다”라고 받아쳤다. 첨예한 대립각 속의 중심에는 SK 불펜의 핵심 요원들인 박희수(29)와 정우람(27)의 몸 상태가 있었다.
김기태 LG 감독은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 팀의 맞대결에서 SK가 이해할 수 없는 투수교체를 했다고 주장했다. 불펜 에이스들을 놔두고 SK가 굳이 이재영(33)을 올려 LG를 기만했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8회에 올라온) 박희수로 끝까지 가든지, 아니면 9회 시작부터 정우람을 올리든지 했어야 했다”고 불만을 직설적으로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 감독의 말은 다르다. SK로서는 그럴 상황이 안 됐다는 뜻이다. 이 감독은 당시 불펜운영에 대해 “박희수가 8회 두 타자를 상대하면서 7개의 공을 던졌다. 9회에도 한 타자는 더 상대해주길 원했다. 그리고 마무리 정우람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아끼고 싶었다. 그래서 두 타자는 잡아주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이재영을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감독의 시각차는 분명하다. 김 감독은 박희수와 정우람으로 경기를 끝낼 수 있다고 봤다. 반대로 이 감독은 두 선수를 최대한 아끼면서 이겨야 할 이유가 있었다. 그 작은 틈에서 오해가 생겼고 팬들을 씁쓸하게 한 ‘투수 대타’ 카드가 나왔다. 이 감독도 “김 감독이 우리 사정을 잘 몰랐던 것”이라고 답답해했다. 그렇다면 그 사정은 무엇일까. 바로 다른 팀에서 생각하는만큼 박희수와 정우람의 몸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박희수와 정우람은 올 시즌 SK 불펜을 지탱하는 두 축이다. 홀드 부문 1위인 박희수는 올 시즌 56경기에 나와 7승1패6세이브26홀드 평균자책점 1.39를 기록 중이다. 빼어난 성적이지만 불펜에서만 71⅓이닝을 던졌다. 마무리 정우람도 47경기에서 2승4패25세이브 평균자책점 2.49를 기록하며 43⅓이닝을 소화했다.
철벽을 자랑했던 SK의 불펜은 선수들의 부상과 입대, 그리고 정대현 이승호(이상 롯데)의 FA이적 등으로 양질 모두 약해졌다. 그러다보니 가장 빼어난 구위를 자랑하는 두 투수에 대한 의존도가 심하다. 박희수와 홀드 1위를 다투는 안지만(삼성)의 소화이닝은 49경기에서 55⅔이닝이다. 박희수보다 출전경기도, 소화이닝도 적다. 정우람은 지난 7년간 평균 68경기에 나섰다. 역시 쌓인 피로도가 있다.
이 때문에 두 선수는 후반기 들어 페이스가 처지고 있다. 체력적인 측면에서 당연한 일이다. 4월부터 6월까지 평균자책점 0.67과 1할7푼9리의 피안타율로 철벽을 자랑했던 박희수는 7~8월 성적이 뚝 떨어졌다. 평균자책점은 2.49, 피안타율은 2할1푼2리다. 정우람도 한창 좋을 때의 공은 아니라는 게 팀의 판단이다. ‘특별 관리 대상’으로 지정한 두 선수를 언제 써야 할지는 SK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다. 
이 감독도 이를 인정했다. 이 감독은 “전반기였다면 박희수가 2이닝도 던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무리다. 게다가 부상으로 2군에도 내려갔던 전력이 있다. 정우람도 몸이 안 좋다. 주말 2경기에서도 좋지 않았다”며 해명과 동시에 고민을 드러냈다. 최근 등판 상황만 봐도 알 수 있다. 박희수는 9월 들어 등판한 5경기 중 4경기에서 딱 1이닝만 던졌다. 정우람도 9월 4경기 평균소화이닝은 1이닝이 안 된다.
김 감독은 투수 대타 결정을 내린 배경에 대해 “당사자가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내 심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쩌면 이 감독도 이재영을 올린 배경에 대해 같은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번 사태는 논란을 남기고 지나갔지만 박희수와 정우람에 대한 SK의 고민은 앞으로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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