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끄럽지 못한 프로연맹, 상주 두 번 죽였다
OSEN 이두원 기자
발행 2012.09.14 09: 00

내년 시즌 2부리그 강등 여부를 놓고 논란의 중심이 됐던 K리그 상주 상무가 끝내 오는 15일부터 재개되는 스플릿리그 불참을 선언하며 아마추어팀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최종 밝혔다.
승강제 실시를 앞두고 K리그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악재가 아닐 수 없다. 1차적 책임은 상주 상무에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K리그 16개팀 중 유일한 비법인 구단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제시한 유예기간(2012년 12월말)이 임박할 때까지 프로화 작업을 마치지 못했다.
상주 입장에서야 스플릿리그 개막을 앞두고 갑작스레 공표된 프로연맹의 강등 결정이 야속하고 안타깝겠지만 약속은 약속이다. 그리고 K리그만의 문제가 아닌, AFC까지 연관되어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편의를 봐주거나 마냥 기다려줄 수 있는 상황도 못 된다.

그러나 K리그의 모든 문제를 관장하는 대표 기구로서 프로연맹 역시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가장 의아스러운 점은 지난 11일 이사회에서 상주의 강등을 결정하면서 왜 스플릿리그 참가를 불허한다는 점을 함께 결정하지 않았냐는 점이다.
상주의 강등을 결정했다면, 상주가 15일부터 열리는 하위리그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다는 건 당연한 사실이다. 프로연맹 역시 이를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프로연맹은 이사회를 통해 강등만 결정했을 뿐 상주의 리그 퇴출은 결정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결국 궁지에 몰린 상주는 고민 끝에 스스로 리그 불참이라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프로연맹이 묻혀야 할 피를 상주 스스로 묻히게 만든 꼴이 된 셈이다. 결과적으로 상주를 두 번 죽인 일이 됐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마지막 비법인 구단으로 남아 있던 상주의 거취 문제를 왜 진작부터 확실히 못박지 않았느냐는 점이다. AFC의 유예기간이야 2012년 12월까지이지만,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프로연맹의 설명상, 사실상의 마지노선을 스플릿 리그 개막 이전으로 설정했다면 이를 사전에 확실하게 공지했어야 했다. 
오는 12월까지 법인화와 프로계약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는 판단 아래 아직 시간이 있다고 판단한 상주 입장에선 충분히 억울한 일일 수 있다. 프로연맹이 이러한 것들을 확실하게 공지만 했더라도 문제가 이렇게 커지진 않았을 것이다.
현역 군인으로 구성된 상주의 퇴출이 K리그가 좀 더 경쟁력 있는 리그로 가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껏 K리그를 위해 큰 공헌을 했던 상주다. 명예롭게 보내주기는 커녕 마지막 순간 상주는 이 모든 문제의 피해자가 됐다.
그에 반해 프로연맹은 강등이라는 강수만 뒀을 뿐 그로 인해 파생됐던 모든 희생을 상주에 전가했다. 손 안 대고 코를 푼 격이다. 확실하게 일처리를 하지 못한 프로연맹 역시 이번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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