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더블헤더가 부활하게 됐다. 13일 광주구장에서 벌어질 예정이던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는 비로 인해 취소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가급적 더블헤더는 피하려고 했지만 시즌 막판 예비일이 남아있지 않아 결국 두 팀은 14일 더블헤더를 치르게 됐다. 마지막 더블헤더는 2010년 9월 22일 잠실 두산 베어스-SK 와이번스전 이후 723일 만이다.
롯데나 KIA에게 더블헤더는 모두 악재다. 특히 선두싸움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인 롯데는 주말 삼성과의 원정 2연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만 추격이 가능하다. 현재 2위 롯데와 선두 삼성의 격차는 3경기, 포커스를 주말로 맞추고 싶지만 14일에 마침 더블헤더가 잡혀 체력소모가 심해진 상태로 광주에서 대구까지 이동을 해야 한다. 더블헤더는 오후 3시부터 시작해 통상 오후 10시가 넘어서야 끝이 난다. 경기가 끝나고 곧바로 대구로 이동, 다음 날 오후 5시 경기를 준비해야 하니 부담이 크다.
또 한 가지 롯데가 아쉬움을 느낄만한 건 선발 로테이션 순서다. 주말 삼성과의 경기에 투수력을 집중시키고 싶지만 로테이션 상 더블헤더 1차전에 송승준, 2차전에 유먼이 들어갈 예정이다. 시즌 중반까지 고전했던 송승준은 8월 이후 6경기에서 3승 평균자책점 0.98을 기록할 정도로 페이스가 좋다. 또한 유먼은 올해 롯데의 명실상부한 에이스다. 다승(13승), 평균자책점(2.39), 탈삼진(133개) 모두 리그에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주말 삼성과의 2연전에서 롯데는 선발투수로 사도스키-이정민이 등판하게 된다. 롯데가 만약 선두탈환을 노린다면 삼성과의 맞대결에 주력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선발투수 싸움에서 밀리는 게 사실이다. 로테이션을 조정해 유먼을 삼성전에 내보낼 수도 있지만 양 감독은 "순리대로 가겠다"고 선언한 상황.
결국 여기서 읽을 수 있는 건 롯데는 잔여경기에서 선두탈환 보다는 2위 굳히기가 현실적인 목표라는 사실이다. 정규시즌 종료까지 17경기를 남겨 둔 롯데는 삼성이 남은 18경기에서 5할을 거둘 경우 따라잡기 위해 12승 5패, 승률 7할6리를 거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치상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남아있는 경기가 너무나 적다. 1위 탈환을 노리며 무리하다 자칫 2위 수성도 힘들어질 수 있다.
롯데가 KIA전에 순리대로 좌우완 에이스 2명을 투입하는 건 결국 2위 굳히기가 우선 목표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양 감독은 "더블헤더에서 1승 1패만 거두면 된다"라고 말은 하지만 내심 2연승을 노리고 있다. 만약 2경기를 모두 쓸어 담으면 삼성과의 격차는 2경기, 또한 3위 SK와는 3.5경기로 달아나게 된다. 그렇게만 된다면 주말 삼성과의 2연전에 1승만 거둬도 여전히 맞대결이 3번 남았기에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
또한 롯데는 다음 주초 SK와 사직구장에서 2연전을 치른다. 양 감독은 사실상 여기서 올 시즌 2위경쟁의 승부가 갈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기에는 더블헤더에 등판하는 송승준-유먼 모두 투입이 가능하다. 결국 롯데의 포커스는 삼성이 아닌 SK에 맞춰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순리대로 간다. 만약 결과가 좋으면 1위도 노리고 그렇지 않으면 2위는 확실하게 지키겠다'는 것이 잔여경기 롯데의 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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