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완부터 언더까지…롯데 불펜 '명품 백화점'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9.14 10: 44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 야구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양떼 야구'다. 부쩍 두터워진 불펜진을 바탕으로 롯데는 경기후반 승기를 잡으면 불펜투수들을 쏟아 부어 승리를 지켜낸다. 여러 투수들이 번갈아 나오며 상대 타자들을 현혹시키는 모습은 마치 목장 문이 열리고 양떼가 쏟아져 나오는 모습과 닮았다.
불펜의 힘으로 롯데는 현재 2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지난해 롯데야구가 화끈한 타격, 그리고 탄탄한 선발진으로 창단 첫 정규시즌 2위를 달성했다면 올해 롯데는 타격과 선발진이 조금은 약화된 대신 짠물 피칭을 펼치는 불펜을 얻었다.
▲ 롯데 불펜 ERA, 1년 만에 1.14 낮췄다

롯데의 팀 평균자책점은 13일 현재 3.34로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삼성(3.50)과도 어느 정도 차이를 보인다. 이제까지 롯데가 강력한 타선의 힘으로 4강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던 것과는 상이한 모습이다. 롯데가 팀 평균자책점 1위를 마지막으로 기록했던 건 1999년(4.18)이었다. 이 해 롯데는 삼성을 제압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 한화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리고 그 해가 롯데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진출이었다.
롯데의 팀 평균자책점이 내려가게 된 데에는 불펜진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올해 롯데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3.01로 삼성(2.85)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불펜 평균자책점 4.15로 공동 5위였던 롯데는 1년 사이 평균자책점을 1.14나 끌어내린 것이다.
불펜 평균자책점이 내려가면서 홀드와 세이브 기록도 좋아졌다. 작년 133경기에서 27세이브 45홀드를 기록했던 롯데는 116경기를 치른 현재 37세이브 57홀드를 기록 중이다. 그만큼 불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고 덕분에 김사율은 33세이브를 기록, 구단 역사상 최다세이브 신기록을 경신하며 이 부문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 롯데 불펜, 양과 질 모두 갖췄다
한 팀에 불펜투수는 좌완과 우완, 그리고 언더핸드까지 고루 구색을 갖춰놓는 게 유리하다. 좌타자와 우타자, 그리고 상대 타순에 따라 적시적소에 투입돼야 하는 불펜투수가 종류에 따라 준비돼 있다면 마운드 운용이 훨씬 쉬워진다. 기본적으로 좌타자는 좌투수, 우타자는 우투수 혹은 언더핸드 투입이 롯데 불펜 운용의 기본이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이 매뉴얼에 따라 투수를 교체한다.
일단 롯데 불펜 필승조는 양과 질을 모두 충족시키고 있다. 현재 좌완 필승조는 이명우와 강영식이 맡고 있다. 시즌 중반까지 이명우의 컨디션이 좋을 땐 여러 이닝을 던지기도 하고, 강영식이 원포인트에 가깝게 등판했지만 최근엔 그 반대로 마운드에 오른다. 언더핸드는 올해 롯데 불펜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김성배에 정대현까지 정상적으로 전력에 복귀하며 크게 강화됐다. 여기에 빠른 공을 뿌리는 우완 최대성에 마무리 우완 김사율까지 롯데 필승조는 좌완·우완·언더핸드 2명씩 갖추고 있다. 여기에 롱 릴리프인 이승호와 진명호도 제 몫을 다 하고 있다.
롯데 불펜이 단순히 양만 많은 건 아니다. 질까지 함께 충족시키고 있다. 롯데의 주전 불펜투수 가운데 4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한 명도 없다. 정대현(10G 2승 3홀드)이 평균자책점 1.00으로 완벽한 피칭을 하고 있고 김사율(45G 2승 2패 33세이브)은 평균자책점 2.55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이명우(67G 2승 1패 10홀드)가 평균자책점 2.89, 김성배(59G 2승 3패 2세이브 14홀드)가 평균자책점 2.93, 이승호(37G 2승 2패 1홀드)가 평균자책점 2.98을 각각 찍는다.
불펜 가운데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선수는 3명, 진명호(19G 2승 1홀드)가 평균자책점 3.14, 최대성(63G 6승 6패 1홀드 16홀드)이 평균자책점 3.20, 강영식(48G 2승 10홀드)이 평균자책점 3.57을 기록하고 있다.
▲ 강화된 불펜, 가을야구 일 낸다
작년과 올해 롯데야구는 팀 컬러가 180도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제까지의 롯데는 강력한 타선으로 정규시즌에서 4년 연속 좋은 성적을 거둬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하지만 가을야구에 나가서는 투수력의 한계를 드러내며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철저한 전력분석이 들어가는 포스트시즌에선 타선은 기복을 드러내기 일쑤, 결국은 투수력이 강한 팀이 유리하다.
그렇기 때문에 롯데는 올해만은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현재 2위를 기록 중인 롯데는 4강은 확정적이고 2위 수성도 유력한 상황, 지난해 플레이오프에 직행하고도 SK에 덜미를 잡힌 걸 설욕하겠다는 분위기로 가득하다.
롯데 구단 내부에서는 불펜이 강해졌기에 단기전에서 더욱 유리해 졌다는 분석이다. 구단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 4년과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으며 롯데 선수들 역시 "큰 경기에선 작년 같은 롯데야구 보다는 올해와 같이 강한 투수력으로 틀어막는 야구가 더 가능성이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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