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챙기기와 늦은 교체…롯데, 멀어진 1위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9.15 06: 59

롯데 자이언츠에는 타이틀 경쟁을 벌이고 있는 투수가 두 명 있다. 좌완 에이스 쉐인 유먼은 13승을 달리면서 다승 1위그룹(삼성 장원삼·탈보트, 넥센 나이트)에 단 1승만을 뒤져있다. 또한 롯데 역사상 최다세이브 기록을 이미 경신한 마무리 우완 김사율은 33세이브로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롯데에서 다승과 세이브 두 개 부문 타이틀을 동시에 차지한 건 이제까지 한 번 있었다. 2009년 조정훈은 14승을 거두면서 삼성 윤성환, KIA 로페즈와 함께 공동 다승왕을 수상했고 마찬가지로 애킨스는 두산 이용찬과 같이 26세이브로 함께 세이브왕 자리에 올랐다. 올해 유먼과 김사율이 좋은 활약을 보여주며 롯데는 구단 역사상 두 번째로 투수 타이틀홀더 두 명을 동시에 배출할 기회를 가졌다.
롯데 양승호 감독 역시 선수들의 개인기록을 세심하게 챙겨주는 편이다. 지난해 전준우의 전경기 출장과 3할타율 수성을 위해서 출전을 조정해 주기도 했으며 올해도 전경기 출전을 이어가고 있는 황재균의 체력을 조절해 가며 기록을 이어가도록 배려한다. 이는 투수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그런데 14일 광주구장에서 가진 KIA 타이거즈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선 교체가 한 박자씩 늦으며 롯데는 다 잡은 경기를 놓쳤다. 1차전에 선발 송승준이 초반에 무너지며 1-10으로 패배를 한 롯데는 2차전에서 상대 선발 윤석민을 경기 초반 마음껏 두들겨 5-0까지 앞서 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롯데와 KIA가 더블헤더를 1승씩 사이좋게 나눠가질 것이라고 보였다.
문제는 롯데 선발이었던 유먼도 이날 컨디션이 안 좋았다는 점이다. 직구 구속은 140km대 후반에 형성되며 힘이 있었으나 탄착군이 일정하지 않고 다소 높게 제구가 됐으며, 주무기인 서클 체인지업은 덜 떨어져 타자들의 먹잇감이 됐다. 유먼은 4회 1실점을 허용했고 5회에도 위기를 이어갔다. 안타 2개와 볼넷으로 무사 만루를 채우더니 나지완에게 2타점 2루타를 허용, 6-3까지 쫓겼다.
보통 다른 투수였으면 교체를 했을 상황이다. 실제로 롯데 불펜에선 5회부터 정대현이 몸을 계속 풀고 있었다. 하지만 롯데 벤치는 유먼이 위기를 이어갔음에도 5이닝을 채우도록 했다. 유먼은 차일목을 삼진으로 처리했으나 2사 2,3루에서 박기남에 2루타를 맞아 6-5, 턱 밑까지 쫓겼다. 결국 유먼은 5회를 마치고 정대현으로 교체됐다. 이로써 유먼은 시즌 14승, 그리고 전구단상대 승리를 위한 조건은 갖췄다.
롯데는 8회 강민호가 솔로포를 가동, 7-5로 앞서가 승리를 굳히나 싶었다. 하지만 9회 마운드에 오른 김사율은 불안감을 노출했다. 안 그래도 올해 김사율은 KIA전에서 1패 9세이브 평균자책점 5.40으로 가장 약했고 블론 세이브도 하나 있었다.
김사율은 사사구 3개(볼넷 2, 사구 1)로 순식간에 1사 만루 위기를 초래했다. 이날 김사율은 평소답지 않게 제구가 전혀 되지않는 모습이었다. 투구수 25개 가운데 볼이 13개를 기록할 정도였다. 안타 하나면 동점이 될 상황, 하지만 롯데 벤치는 김사율을 그대로 뒀다. 결국 그는 김상훈에 중전안타를 허용, 7-6으로 쫓겼고 마운드를 김성배에 넘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김성배가 희생플라이를 내주며 경기는 연장으로 돌입했다.
결국 롯데는 연장 12회 정훈이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 승리를 거두나 싶었지만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두고 대타 황정립에게 강영식이 동점홈런을 허용, 8-8로 무승부를 거두고 말았다. 내심 1위 경쟁을 노리던 롯데는 더블헤더에서 직격탄을 맞아 다시 2위싸움에 주력하게 됐다.
이날 롯데는 더블헤더 2차전을 놓친 것뿐만 아니라 주말 삼성과의 원정 2연전을 걱정하게 됐다. 5시간이 넘는 혈투를 벌인 롯데 선수단은 곧바로 대구로 이동, 15일 오후 5시경기를 준비해야 한다. 더블헤더를 치르며 전력소모도 심했기에 삼성과의 대결이 더욱 부담스럽다. 롯데에겐 여러가지를 동시에 놓친 하루였다.
cleanupp@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