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한 방에 희비가 엇갈렸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신인 타자 황정립의 데뷔 첫 타석 홈런이 1~2위 경쟁팀들의 희비를 갈라놓았다. KIA 신인 황정립은 지난 14일 광주 롯데전 더블헤더 2차전에서 7-8로 뒤진 연장 12회말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극적인 동점 홈런을 터뜨리며 경기를 8-8 무승부로 만들었다.
만약 롯데가 2차전을 잡았다면 1위 삼성과 2위 롯데의 격차는 3경기로 유지될 수 있었다. 하지만 황정립의 홈런 한 방에 삼성과 롯데의 격차는 3.5경기가 됐다. 잔여 18경기를 남겨놓은 삼성의 매직넘버는 14.

14일 경기가 없어 휴식을 가진 삼성 류중일 감독은 약속 때문에 경기 중계를 직접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틈틈이 문자 중계로 결과를 기다렸다. 류 감독은 "12회초에 롯데가 점수를 내고, 12회말 강영식이 투아웃을 잡길래 그대로 경기가 끝나는가 싶었다. 그런데 황정립이 홈런을 치더라"며 웃어보였다. 류 감독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반대로 롯데 양승호 감독의 속은 쓰렸다. 그것도 고려대 시절 키운 제자에게 맞은 한 방이었다. 양승호 감독은 "황정립이 대학 때 3~4번을 치던 타자였다. 장타력이 있기 때문에 조심해서 승부하라고 했는데 강영식이 볼에 자신이 있었는지 과감하게 승부하다 그렇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황정립의 배트에 제대로 걸린 타구는 우중간 담장 장외로 넘어가는 비거리 130m 대형 홈런이었다.
롯데가 선수단이 뒤늦게 도착한 15일 대구구장 1루 원정 덕아웃에서 두 감독이 만났다. 류 감독이 "고생하셨습니다"며 양 감독의 어깨를 주물렀고, 양 감독은 "어찌나 힘들었는지 모르겠다"며 넉살을 부렸다. 황정립의 예상치 못한 홈런 한 방에 두 사령탑의 희비가 엇갈린 전날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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