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를 통해 사인받나 했는데 말이야".
15일 대구구장. 전날 약 8시간 동안 더블헤더에 최종 12회 연장까지 치른 롯데 선수단과 양승호 감독이 오후 3시가 훌쩍 넘어서야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밤 12시30분 광주에서 출발, 새벽 4시가 돼 대구에 도착한 롯데 선수단은 이날 오후 3시30분쯤 경기장에 도착해 배팅 훈련 없이 스트레칭과 캐치볼로 간단히 몸을 풀었다.
양승호 감독도 지친 모습으로 1루 원정 덕아웃에 자리했다. 그때 삼성 류중일 감독이 갑자기 뒤에서 나타나 양 감독의 어깨를 주무르며 "고생하셨습니다"라고 인사하며 반겼다. 양 감독은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어찌나 힘들던지"라며 인사만 하고 떠나려던 류 감독을 자리에 앉혔다.

양 감독은 대뜸 "나는 누구를 통해 사인받나 했는데 류 감독이 부럽더라"고 농담을 던졌다. 다름 아닌 '코리안특급' 박찬호(한화) 때문이었다. 류 감독은 지난 12일 대전 한화전 앞두고 갑작스럽게 박찬호로부터 사인 요청을 받았다. 박찬호는 류 감독의 유니폼을 직접 준비, 펜을 가져와 정중하게 사인을 받았다.
"감독님, 사인 좀 부탁드립니다"라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박찬호의 사인 요청에 류 감독도 화들짝 놀랐다. 류 감독은 "내 사인? 아니, 찬호가 나한테 사인을 받아?"라며 놀라워하더니 "영광이다. 내가 사인을 받아야 하는데"라며 기분 좋은 표정으로 사인을 해줬다. 박찬호는 "사인을 모아서 간직하려 한다"고 이유를 말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양 감독이 부러웠던 것이다. 양 감독은 지난 10일 사직 한화전을 앞두고 박찬호의 사인을 받으려 했지만 결국 받지 못했다. 그런데 이틀이 지나 류 감독이 직접 박찬호에게 사인 요청을 받으니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는 것. 양 감독은 "나는 사인을 받지 못했는데 류 감독은 다음날 찬호한테 사인을 해주더라. 정말 부럽더라"며 웃었다. 올해 롯데-한화전 일정이 모두 끝난터라 양 감독의 아쉬움은 더 커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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