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감독 징계까지는…" 현장의 아쉬운 목소리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9.16 07: 52

"감독 권한인데 그걸로 문제를 삼으면…".
LG 김기태 감독의 투수 대타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징계 조치가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KBO는 '지난 12일 잠실 SK전에서 9회말 경기 중 승리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소홀히 하여 야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스포츠정신을 훼손시킨 LG 김기태 감독에게 규약 제168조에 의거, 벌금 500만원과 엄중 경고의 제재를 부과했고 LG 구단도 엄중경고 조치했다'고 13일 발표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KBO가 감독의 고유 권한인 선수 기용 문제를 갖고 제재를 가한 것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나는 반반의 입장"이라고 전제한 뒤 "과연 KBO에서 제재를 가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 선수 기용은 현장의 고유 권한이고, 감독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엔트리에 없는 선수가 뛴 것도 아닌데 단지 투수가 타석에 섰다는 이유만으로 제재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물론 이튿날 김기태 감독이 "승패를 떠나 상대에게 일침을 가하고 싶었다"며 경기 포기를 부분 인정했고, KBO에서도 이 같은 부분을 징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류중일 감독도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는 기만 행위로 느껴질 수 있다.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면서도 "하지만 KBO에서 그렇게 선수 기용에 관해 징계를 한다면 앞으로 크게 지고 있을 때 주전들을 빼는 것도 팬들을 기만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는 것 아닌가"라 반문했다.
류 감독은 "감독이 선수를 기용할 때에는 여러가지 이유와 사정들이 있다. 김기태 감독이 그렇게 한 것도 당장 한 경기를 포기하더라도 남은 경기와 다음 시즌을 위해 결정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도덕적으로 팬들에게 비난을 받을 수 있어도 룰에 위배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KBO에서 직접적으로 제재를 가할 경우 다음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소지가 생긴다.
실제로 과거에도 이 같은 일들이 여러차례 있었다. 김성근 감독은 SK 사령탑 시절이었던 2009년 6월25일 광주 KIA전에서 5-5 동점으로 맞선 연장 12회초 공격에서 에이스 투수 김광현을 대타로 내더니 12회말 수비에서는 내야수 최정을 투수, 투수 윤길현을 1루수로 기용하며 5-6으로 끝내기 패배했다. 2010년 6월23일 문학 LG전에서도 3-10으로 뒤진 8회말 2사 만루에서 김광현을 대타로 냈고, 김광현이 땅볼로 물러나며 추가득점 없이 그대로 졌다.
대타로 나온 투수 신동훈이 배트 한 번 내밀지 않고 타격 의지를 보이지 않은 채 루킹 삼진으로 물러난 것도 문제시되는 부분. 하지만 2008년 6월4일 광주 KIA-한화전에서는 비 때문에 우천 노게임과 정식 경기를 놓고 양 팀 선수들이 고의 삼진과 낙구로 추태를 부렸다. 당시에는 양 팀에 엄중 경고로 넘어갔지만, 이번에는 벌금까지 한층 수위 높은 징계가 내려졌다.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을 경우 KBO에서 하나 하나 제재를 가할 수도 없는 일이다. 또 다른 야구인은 "확실하게 정해진 원칙이 없다. 어느 팀이든 시즌 치르다보면 포기해야 하는 경기가 나오는데 KBO가 일일이 제재를 가할 것인가. 굳이 징계를 내리지 않아도 팬들의 비난이 대단했다. 감독의 권한마저 KBO가 침해해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나 그라운드 안에서 벌어진 일이고 그 안에서 비판받아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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