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맞은 LG, 선수들에게 동기부여 될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09.16 07: 51

수장이 매를 맞았다. 그것도 강도가 꽤 셌다. 팬들의 가슴도 쓰라렸다. 이처럼 요즘 LG는 구단 곳곳이 상처투성이다.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에 버금가는 아픔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LG는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섰다. 12일 잠실에서 열린 SK와의 경기가 발단이었다. 9회말 SK의 투수교체에 김기태 LG 감독은 ‘투수 대타 카드’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후폭풍은 거셌다. “승부를 포기한 것”이라는 비난이 김 감독에게 쏟아졌다. 그러나 김 감독은 변명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그 과정에서 김 감독은 또 한 번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벌금 500만 원이라는 중징계도 받았다.  
김 감독은 비장한 표정으로 “비판은 각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선수들이 무시당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어찌됐건 끝까지 목청 터져 응원한 팬들에 대한 예의는 아니었다. 김 감독도 “팬들에게는 죄송하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그 결정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온갖 비판을 받으면서도 선수들에게는 명확한 메시지를 주고 싶어 했다.

LG는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켰지만 거기까지였다. 시즌 전체를 버틸 수 있는 기초체력이 부족했다. 별다른 동기부여가 없는 시즌 막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팀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최근 몇 년 동안의 LG가 그랬다. 다음 시즌을 생각해야 하는 벤치 입장에서는 바라지 않는 시나리오다. 최대한 좋은 분위기로 시즌을 마감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김 감독의 결정은 잘못됐다고 보는 시선이 우세하다. 당분간 도마 위에 올라 김 감독의 짐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그렇기에 이제는 선수들이 나서야 한다. 팬들의 가슴에 남아있는 상처를 보듬고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이기 때문이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해야 한다. 어찌 보면 이번 사태로 선수단에는 새로운 동기부여가 생겼다고도 볼 수 있다.
가능성은 보인다. LG는 15일 잠실 두산전에서 예민한 집중력을 보여주며 2-0으로 이겼다. 12일 경기와는 딴판이었다. 실책을 남발했던 야수들은 깔끔한 수비력으로 투수들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김 감독도 경기 후 선수들이 집중력을 칭찬했다. 최근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3루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 역시 승전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LG에게는 아직 16경기가 남아있다. 성난 팬심을 달랠 수 있는 기회도 아직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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