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드라마 ‘무신’이 퓨전사극의 홍수 속에 정통사극의 자존심을 살리고 지난 15일 56회를 끝으로 7개월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물론 팔만대장경 천년 특별기획드라마라는 기획 취지는 살리지 못했고 시청률 역시 저조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방영 내내 인간이 쫓는 권력이 무한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이 드라마는 마지막에도 고려 권력을 장악한 김준의 권세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그렸다.
임연(안재모 분)과 황제 원종(강성민 분)은 모든 권력을 쥐고 있는 김준(김주혁 분)을 죽이기 위해 황궁으로 불러들였고 김준은 부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죽을 각오를 하고 황제를 찾았다. 그리고 김준은 양아들 임연이 휘두르는 칼에 비참한 죽임을 당했다.

지난 2월 11일 첫 방송된 ‘무신’은 강력한 무신정권이 존재하던 고려를 배경으로 60여년간 황제를 대신해 통치하던 최씨 정권을 뒤엎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노예 출신의 한 남자 김준의 일대기를 담았다.
이 드라마는 1200년대 서슬 퍼런 무신정권이 장악하던 그 시기에 대몽항쟁, 권력을 향한 욕망, 치열한 투쟁, 안타까운 사랑 등을 담으며 정통사극을 표방했다. MBC는 올해 ‘해를 품은 달’부터 ‘닥터진’, ‘아랑사또전’으로 이어지는 퓨전사극으로 여성 시청자가 좋아할 만한 말랑말랑한 사극으로 재미를 봤다.

세 드라마가 모두 방영되는 동안 ‘무신’은 남자 냄새가 물씬 나는 격투 장면, 피비린내 나는 권력 투쟁을 담으면서 남자 사극, 정통 사극을 고수했다. 흡입력 높은 이야기 전개와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 열전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용의 눈물’, ‘태조왕건’, ‘야인시대’를 집필한 이환경 작가와 ‘로드 넘버원’, ‘개와 늑대의 시간’ 등을 연출한 김진만 PD는 정치와 국가는 물론이고 사랑과 우정까지 다루며 선굵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또한 김주혁, 정보석, 김규리, 박상민 등 주연배우들과 단역을 제외하고 300여명에 달하는 배우들의 열연은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큰 몫을 했다.
물론 첫 방송 전에 팔만대장경 천년의 의미를 되짚겠다고 제작진이 말한 것과 달리 권력 투쟁 이야기에 집중된 것은 아쉬움이 남았다. 또한 위기도 있었다. 노조의 파업으로 한때 제작이 여의치 않기도 했으며 극초반에는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리고 KBS 2TV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시청률 40%를 넘기며 국민드라마의 위치에 올라선 것에 비해 ‘무신’은 초반 논란을 제외하고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첫 방송에서 7.1%를 기록한 이 드라마는 마지막 회에서 11.1%(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 전국 기준)를 보이면서 조용히 퇴장했다.
한편 ‘무신’ 후속으로는 세 아들을 중심으로 결혼과 사랑을 유쾌하게 펼칠 가족극 ‘아들녀석들’이 오는 22일 오후 8시 40분에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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