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들이 부진의 늪에 빠졌다. 시청률을 비롯한 화제성과 작품성 등 평가항목마다 기준치를 밑도는 아쉬운 성적으로 고전 중이다.
현재 방송되는 ‘신의’는 월화극 2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지만 톱스타 김희선·이민호의 조합에도 화제성 면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상황. 특히 ‘모래시계’, ‘여명의 눈동자’ 등 대한민국 최고의 제작진으로 손꼽히는 송지나 작가와 김종학 연출의 솜씨치고는 작품성 면에서도 기대치 이하의 엉성한 부분이 다수 눈에 띄어 더욱 큰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하이틴 로맨스물을 표방한 수목극 ‘아름다운 그대에게’ 역시 아이돌 스타들이 총집합 한 작품치고는 5%대라는 저조한 시청률로 화제몰이에서 일찌감치 멀어진 형국. 주말드라마 ‘다섯손가락’의 경우 출연자 하차 과정을 비롯한 표절 논란 등 연이은 구설과 작품 내적으로 보아도 자극적인 설정이 과해 시청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 또 다른 주말극 ‘맛있는 인생’은 저조한 시청률을 이유로 조기종영이 결정된 상황이다.

앞서 SBS 드라마가 주중 드라마를 비롯해 주말극까지 대박행진을 기록했던 한 달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 월화에 ‘추적자-the chaser’가 공분을 자아내는 현실인식과 그에 걸맞은 탄탄한 스토리, 배우들의 열연으로 시청자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 것을 비롯해, 수목에 ‘유령’이 강력한 이야기 구조로 ‘명품 드라마’로 불리며 사랑 받고, 그 바통을 주말에 ‘신사의 품격’이 이어 받아 매회 로맨틱 코미디의 진수를 보이던 모습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형국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눈길이 모이는 건 연말 포진돼 있는 드라마 라인업이다. SBS는 블록버스터 사극 ‘대풍수’와 배우 김명민의 4년만의 안방극장 컴백작 ‘드라마의 제왕’, 그리고 문근영과 염정아가 각각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청담동 앨리스’와 ‘내 사랑 나비부인’을 선보인다.
‘대풍수’는 여말선초 권력의 주변부에 있던 도사들을 중심으로 이성계의 조선이 건국되는 과정을 그려나가는 드라마. 제작비 200억 원을 투입하는 대작 사극으로 배우 지성, 송창의의 출연과 함께 묵직한 스토리로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작품이다.
‘드라마의 제왕’은 작품성을 제일로 하는 초보 드라마 작가와 수익성을 최고로 외치는 드라마 제작자가 만나 벌이는 좌충우돌 과정을 그리는 작품. 지난해 드라마 ‘싸인’을 연출한 영화감독 장항준이 김명민·정려원과 의기투합해 또 한 번 ‘사건’을 만들어낼지 방송가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나비부인’은 톱탤런트 출신 새댁 남나비가 시댁식구들과 좌충우돌 사건들을 겪으며 가족의 소중함과 인생의 의미를 깨닫는 과정을 담는다. 막장을 넘어 인물의 성장 스토리가 주말밤을 따뜻한 온기로 적셔 줄 것으로 기대감을 자아내는 작품.
'청담동 앨리스'는 각종 디자인 공모전을 휩쓴 완벽한 스펙의 여주인공이 디저이너가 되기 위해 의류회사에 입사한 뒤 세상의 벽과 한계를 실감하는 이야기를 담아낼 예정. 88만원 세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리얼리티를 살린 스토리 전개로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할 지가 성공의 관건으로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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