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우승팀이 정해지지도 않았고, 내가 안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전임 감독제도 하나의 안을 제시한 것일 뿐이다".
삼성 류중일(49) 감독은 최근 내년 3월 열리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사령탑 문제 때문에 홍역을 치렀다. '현역 감독보다는 전임 감독제로 하는 게 좋다'는 프로 감독들의 의견을 모아 이야기한 것이 마치 류 감독이 'WBC 감독을 하지 않겠다'는 뉘앙스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동안 여론의 매서운 비판을 받아야 했다.
류 감독은 롯데와의 홈경기가 우천으로 연기된 16일 대구구장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최근 사우나에서 한 팬과 만난 사연을 공개한 류 감독은 "팬분이 왜 WBC 감독을 안 하냐고 물으시더라. 그래서 '내가 감독으로 정해진 게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마치 내가 WBC 감독으로 정해졌는데 거절하고, 하기 싫어한다는 모양새로 비쳐지고 있다. 많은 분들이 그렇게 오해하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내년 WBC 감독은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감독이 맡는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009년 2회 WBC 대회 앞두고 감독 문제로 우여곡절을 겪은 바 있다. 이후 우승팀 감독이 대표팀을 맡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고,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조범현 전 KIA 감독이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지휘했었다.
올해 WBC 감독은 누가 될지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직행과 우승이 유력한 류 감독의 가능성이 높을 뿐이다. 하지만 류 감독은 "지금 내가 WBC 감독이 된 것처럼 선수 선발에 관여할 수도 없다. 벌써부터 우승한 사람처럼 보여질 수 있다. KBO의 원칙대로 우승팀 감독에게 맡기기로 한 만큼 당연히 그렇게 해야겠지만 아직 정해진 게 없지 않은가. 그런데 지금 마치 내가 정해진 감독직을 하지 않는 것처럼 비쳐져 아쉽다. 댓글을 보니 '매국노'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더라"며 씁쓸해 했다.
전임 감독제도 류 감독만의 의견이 아니라 프로야구단 감독들이 하나로 모은 뜻이었다. 류 감독은 "전임 감독제도 현역 감독들이 WBC에 전념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전임 감독이 대회를 준비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하나의 안을 제시한 것일 뿐"이라며 "어느 팀의 누가 마지막에 헹가레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가 될 수도 있고, 롯데 양승호 감독님이나 SK 이만수 감독님이 될 수도 있다. 사람 일은 마지막까지 모른다"고 했다. 이어 "만약 우리팀이 우승을 한다면 원칙대로 내가 WBC 감독을 맡아야 한다. 나라를 위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본인의 뜻과는 무관하게 WBC 감독 문제로 설화에 휘말렸지만 절대 원칙을 무시하거나 다른 뜻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게 류 감독의 항변이었다. 류 감독은 "앞으로 WBC에 관한 이야기는 아예 하지 말아야겠다"며 남은 시즌 페넌트레이스 1위 확정과 한국시리즈 우승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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