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km가 넘는 빠른 공을 던진다고 해서 좋은 투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화 이글스의 데니 바티스타(32)가 비슷한 강속구 투수 장효훈(25, 넥센 히어로즈)과의 맞대결에서 탈삼진 능력을 앞세워 판정승을 거뒀다.
바티스타는 16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넥센전에서 6⅔이닝 4피안타 13탈삼진 1볼넷 2사구 무실점을 기록하며 외국인 최다 탈삼진 타이 기록과 함께 시즌 4승째를 올렸다. 반면 장효훈은 4이닝 만에 7피안타 2탈삼진 4볼넷 2실점으로 강판돼 시즌 6패를 가져갔다.

이날 바티스타와 장효훈은 똑같이 최고 구속 153km를 기록하며 연신 150km 언저리의 볼을 포수 미트에 꽂았다. 그러나 그것을 스트라이크존 안에 넣거나 타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제구력을 가지고 있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두 선수의 희비를 갈랐다.
장효훈은 1회에만 안타 3개, 볼넷 1개를 맞고 희생플라이까지 더해 2실점을 허용했다. 이어 4회에도 볼넷 2개와 안타로 무사 만루에 몰렸다. 계속된 위기와 피로 속에 투구수를 낭비한 장효훈은 4회까지 83개의 공을 던지고 조기 강판됐다.
반면 바티스타는 몸에 맞는 볼이 2개 있었으나 대신 실점 위기 때마다 탈삼진을 뽑아냈다. 4회에는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기록하며 1사 2루에서 벗어났다. 3회를 제외하면 모두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삼진으로 잡고 스스로 이닝을 마쳤다.
넥센은 장효훈 뿐만 아니라 뒤이어 나온 투수진이 이날 총 13개의 사사구를 남발하며 자멸했다. 지난 14일에도 10개의 사사구를 내주며 한화에 패한 넥센은 '내부의 적'이 무엇인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투수가 제구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은 설명하지 않아도 아는 야구의 기본 원칙이다. 그 기본에 충실한 투수가 승리를 가져가는 것도 당연했다. 한화는 바티스타의 호투 속에 1회 뽑은 2점 리드를 지키고 8-2 완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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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