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잠실 SK전에서 ‘투수 대타’로 경기 포기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LG가 이번에는 ‘야구는 9회부터’라는 격언을 증명해보였다. 비록 경기를 뒤집지는 못했지만 3루의 LG 팬들은 굵은 빗줄기 속에서도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LG는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프로야구’ 두산과의 경기에서 5-6으로 졌다. 선발 신재웅이 2⅓이닝 동안 4실점하며 일찍 마운드를 내려갔고 타선도 3개의 병살타를 치며 좀처럼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이 패인이었다. 그러나 두산을 끝까지 물고 늘어진 LG의 마지막 공격은 인상적이었다.
LG는 2-6으로 뒤진 채 9회를 맞이했다. 8회 1점을 더 실점해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간 상황에서 역전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LG는 정성훈과 이병규가 김강률의 제구가 흔들리는 것을 놓치지 않고 볼넷으로 걸어 나가며 불씨를 되살렸다. 베테랑들이 욕심을 내지 않고 출루에 주안점을 둔 결과였다.

두산은 마무리 스캇 프록터를 올려 진화에 나섰지만 LG의 집중력은 식지 않았다. 두산 야수들의 실책도 힘이 됐다. 정의윤의 3루 강습 타구 때 3루수 이원석의 실책으로 1점을 얻은 LG는 이후 김용의의 투수 앞 땅볼 때 프록터가 공을 더듬으며 무사 만루라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여기서 대타로 등장한 이대형이 유격수 키를 넘기는 2타점 적시타를 때리며 1점차까지 추격했다.
물론 더 이상의 후속타가 터지지는 않으며 역전에는 실패했다. 동점의 기회였던 1사 2,3루에서 오지환 박용택이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 아쉬움을 삼켰다. 하지만 선수들은 몸을 던지는 슬라이딩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로 경기를 미궁으로 빠뜨렸다. 김기태 LG 감독도 “비록 졌지만 선수들이 끝까지 근성 있는 모습을 보여준 점은 고맙게 생각한다”며 9회 추격전을 높이 샀다.
비가 오는 상황에서도 관중석에 남아 선수들을 응원한 팬들의 응원구호는 9회 2사 박용택의 타석 때 절정에 이르렀다. 공교롭게도 12일 9회 2사 2루에서의 타자도 박용택이었다. 당시 LG는 투수 신동훈을 대타로 내며 경기를 포기했다. 그러나 이날은 끝까지 팬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4일 사이에 극과 극을 오고간 LG는 "포기하지 않으면 팬들은 항상 당신들의 편이다"라는 중요한 사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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