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잠실 두산전을 앞둔 LG 선수단에 손님이 찾아왔다. 팀 심리 주치의인 한덕현(42)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과 교수가 그 주인공이었다. 관계자들과 인사한 한 박사는 선수 및 코칭스태프들과도 대화를 나눴다. 환한 웃음이 오고 갔다. 김기태 LG 감독 역시 반갑게 한 박사를 맞았다.
LG는 2009년부터 한 박사를 초빙해 심리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선수들은 물론 코칭스태프도 상담을 받는다. 주제는 여러 가지다. 야구 내적으로 상담을 받는 선수들도 많지만 개인적인 문제를 털어놓는 선수들도 있다. 한 박사에게 상담을 받아봤다는 한 선수는 “동료나 코칭스태프들에게 말할 수 없는 부분들을 이야기할 때가 있다. 비밀은 철저히 보장된다. 혼자 끙끙 앓고 있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흔히 야구는 멘탈 스포츠라고 한다. 치열한 수 싸움에서 살아남으려면 굳건한 심지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는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어렵다. 여기서 위축되면 슬럼프가 길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심지어는 성공하는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를 갈라놓기도 한다. 특히 최근에는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에 직행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심리 관리에 대한 중요도가 더 높아지고 있다.

LG 선수단은 주 1~2회 한 박사와 상담한다. 김기태 감독도 필요성을 인정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상담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도 잘 모른다”라고 말한 뒤 “상담 뒤 전체적인 분위기가 좋아진다는 이야기는 들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한 때 제구난으로 고민했던 임찬규도 상담 후 안정을 찾았던 경험이 있다.
김 감독 역시 현역 시절 심리 상담을 받아본 적이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은 “물론 그때는 지금과 같은 시스템은 없었다”라면서도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힘들 때나 판단하기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친구나 명망 있는 어른들에게 조언을 구하곤 했다. 도움이 됐던 것 같다”라고 떠올렸다. 전문적인 지식도 중요하지만 고민을 함께 하는 사람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몇몇 구단들이 한 박사처럼 전문가를 초빙해 상담을 받는 경우는 있지만 전담 코치가 있는 팀은 올해 이건영 경기력 향상 코치를 영입한 한화뿐이다. 누구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막상 투자로는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팀 내에 전담 심리전문가들이 있다. 메이저리그의 스타들은 사비로 전담 심리전문가들을 고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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