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의 '복덩이' 서건창(23)은 지난해 넥센에 비공개 테스트를 받고 신고선수 자격으로 입단했다. 프로야구 선수의 최저 연봉인 2400만원을 받고 들어온 서건창은 마무리 훈련 후 정식 선수로 65명 안에 이름을 올렸다.
연습경기에서 코치진의 눈에 띈 서건창은 단기적인 꿈이었던 개막전 엔트리 진입에 성공하면서 바로 1군 무대에 발을 디뎠다. 주전 2루수 김민성의 부상으로 개막전에 2루수로 선발 출장해 그날 결승타를 때려낸 이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서건창의 '스토리'를 제외하고서라도, 많은 야구팬들이 2400만원이라는 낮은 연봉을 받으면서 올 시즌 3루타 1위(9개), 도루 2위(34개), 팀내 결승타 1위(7차례) 등 맹활약을 펼치며 신인왕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서건창에 대해 기특함과 안쓰러움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올 시즌 서건창의 연봉은 2400만원이 아니다. 2012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규약 제9장 '참가활동보수의 한계' 제69조 '참가활동 보수의 최저 보장'을 살펴보면 "연봉 5천만원 미만의 선수가 1군 등록시 5천만원을 기준으로 1일당 연봉 차액의 1/300을 추가로 지급한다"고 돼 있다.
쉽게 설명해 서건창은 5천만원 기준 자신의 연봉 차액인 2600만원의 1/300을 1군에 등록돼 있는 날짜만큼 지급받는다. 서건창이 올 시즌 내내 1군에 등록돼 있다면 시즌 개막일인 4월 7일부터 1군 경기가 끝나는 10월 5일까지 181일X87000원, 약 1570만원 정도가 된다.
서건창은 프로야구 참가활동기간인 2월부터 11월 사이 경기가 열리는 4월부터 10월까지는 매달 추가 보수를 받는다. 결국 그의 총 참가활동보수는 약 4000만원 정도가 된다. 서건창은 그와 비슷한 성적을 보이는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연봉 대비 알찬 활약을 보여주는 셈이다.
올 시즌 프로야구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9441만원이다. 짧은 직업 기간, 자기관리 필요성 등으로 인해 일반 직장인들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다. 그러나 15억원을 받는 김태균 등 몇몇 FA(자유계약선수)들을 제외하면 평균 연봉은 뚝 떨어진다. 현재 최저 연봉은 2009년 2000만원에서 2400만원으로 오른 채 그대로다. 게다가 최근 프로야구 인기 과열로 FA 몸값이 오르면서 상대적 소외감이 커지고 있다.
명목상 연봉이 2400만원인 서건창은 지금과 같이 1군을 지킨다면 추가 보수의 최대치를 받지만 선수 평균 연봉에 절반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서건창은 매우 예외적인 사례로, 다른 최저 연봉 선수들은 1군에 있는 시간도 얼마 되지 않는다. 2군 선수들의 기량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참가활동보수의 최저 보장' 규약이 선수들의 허탈감을 잠재우기에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한 가지 서건창에게 희망적인 것은 그가 기대할 수 있는 내년 연봉이다. 이에 대해서는 아주 좋은 사례가 있다. 바로 지난해 배영섭(26, 삼성)이 2009년 입단 후 3년차에 '중고 신인'으로서 맹활약하며 신인왕 자리에 오른 뒤 종전 2600만원에서 무려 169% 오른 7000만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넥센은 서건창이 신인왕을 받을 경우 배영섭의 사례에 근거해 연봉 협상을 추진할 방침이다.
서건창은 16일 기준 105안타 38타점 62득점 34도루 타율 2할7푼6리 출루율 3할5푼5리를 기록하고 있다. 서건창이 지금의 활약을 시즌 끝까지 가져갈 수 있다면 올해보다 훨씬 높은 보수를 받는 보람을 누릴 수 있다. 신고선수 입단(LG), 방출, 현역 입대, 재입단이라는 '자갈길'을 돌아 돌아 온 서건창이 피나는 노력 끝에 '고속도로'를 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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