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타자 골든글러브, 키는 이승엽에 달렸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9.17 10: 42

2012 팔도 프로야구가 막바지로 가면서 포지션별 골든글러브 수상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골든글러브 수상을 선수생활 목표로 내건 선수들이 대다수일 정도로 수상은 최고의 영예라고 볼 수 있다.
올 시즌도 각 포지션별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지명타자 부문은 수상자를 점치는 것이 사실상 힘들 정도로 후보군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8개 구단 주전 지명타자 가운데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선수는 SK 이호준이다. SK와의 계약 마지막해인 올해 이호준은 폭발력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최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타 팀 투수들에게 '올해 가장 무서운 타자가 누구냐'라고 물어보면 "이호준이다. 빈 틈이 없고 무엇이든 칠 것 같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올해 이호준은 112경기에 출전, 타율 3할6리 18홈런 71타점을 기록 중이다. 비룡군단의 4번타자 자리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는 이호준은 장타율이 5할1푼6리에 이르며 지명타자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출루율도 4할1리로 타율보다 1할이상 높아 상대 투수들이 피해가는 타자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996년에 데뷔, 올해 16년차인 이호준은 타율 3할(규정타석)을 넘긴 게 1998년과 2007년 단 2번밖에 없다. 그리고 아직 골든글러브 수상은 한 차례도 없다. "아직 골든글러브 수상을 논할 때가 아니다. 시즌이 끝나봐야 안다"고 자세를 낮추는 이호준이지만 올해가 절호의 기회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에 대항하는 롯데 홍성흔은 지난 4년 연속 지명타자 골든글러브 수상에 성공, 올해도 타이틀 수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4번타자로 시즌을 시작한 홍성흔은 한때 강민호에 그 자리를 내주기도 했지만 최근 다시 타격감이 돌아와 4번타자로 출전하고 있다. 올 시즌 성적은 타율 2할9푼5리 13홈런 69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는 프로야구 출범 후 3년차인 1984년부터 수상하기 시작했다. 첫 수상자였던 OB 양세종을 시작으로 모두 18명이 지명타자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는데 김기태(쌍방울·SK, 현 LG 감독)와 양준혁(삼성·LG), 그리고 홍성흔(롯데)이 모두 4차례씩 기록 중이다. 특히 홍성흔은 2008년부터 4년 연속 수상에 성공하고 있는데 만약 올해까지 차지한다면 역대 지명타자부문 최다수상의 영예를 안게 된다.
이호준과 홍성흔, 이들 둘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선수는 삼성 이승엽이다. 일본 진출 전 1루수 부문에서 무려 7년 연속(1997~2003년) 수상에 성공, 역대 최다·연속 골든글러브 수상에 성공한 바 있다. 올해 성적은 타율 3할1푼2리 21홈런 81타점으로 경쟁자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게다가 팀 성적과 공헌도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문제는 이승엽의 포지션을 어디로 정해야 할까 하는 것. 올해 이승엽은 1루수로 66경기, 지명타자로 48경기에 출전했다. 한국야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골든글러브 후보자 선정 시 해당 포지션에 ⅔ 이상 출전한 선수가 자격을 얻게 된다. 이승엽은 남은 경기에 모두 1루수로 출전해도 이 기준을 채울 수 없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이승엽처럼 1루수와 지명타자로 절반씩 출전한 경우 지명타자부문 골든글러브 후보로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만약 이승엽이 그대로 지명타자로 나오면 이호준과 홍성흔은 강력한 경쟁자가 생기는 셈이다. 아직 KBO는 "시즌이 끝난 뒤 이승엽의 출전 경기수를 확인하고 결정할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결국 이승엽이 올해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의 키를 쥐고 있는 셈이다. 이승엽의 8번째 수상이냐, 이호준의 생애 첫 수상이냐, 아니면 홍성흔의 5연패 달성이냐를 두고 벌써부터 불꽃튀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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