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해줘서 정말 땡큐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올 시즌 최고 수훈 선수로 주저하지 않고 '국민타자' 이승엽(36)을 꼽는다. 류중일 감독은 "승엽이가 생각보다 더 잘하고 있다. 팬들은 10년 전 56홈런을 친 이승엽을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파워나 스피드가 떨어져있다. 시즌 전에는 걱정도 했지만 초반부터 치고 나가며 팀 분위기를 잘 이끌어줬다"고 높이 평가했다.
삼성은 지난해 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아시아시리즈를 모두 제패한 최강팀이었다. 그러나 선발과 불펜 가릴 것 없이 강한 마운드에 비해 방망이가 조금 아쉬웠다. 지난해 팀 타율 6위(0.259) 출루율 4위(0.343) 장타율 6위(0.376) 홈런 4위(95개)에 그쳤다. 경기당 평균 4.7득점으로 이 부문 3위에 올랐지만, 전체적인 폭발력이 떨어졌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강해졌다. 팀 타율(0.272)·출루율(0.354)·장타율(0.392) 모두 리그 전체 1위이며 홈런도 85개로 전체 3위. 경기당 평균 득점도 4.8점으로 8개팀 중 가장 많은 점수를 내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야수진 선수구성에서 오는 차이는 이승엽 뿐이다. 최형우가 비교적 부진했지만, 그 공백을 박석민이 잘 메워가고 있다.
이처럼 삼성 타선의 지표가 모두 상승한 데에는 '이승엽 효과' 말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이승엽은 올해 팀의 116경기 중 114경기에 선발출장, 타율 3할1푼2리(3위) 139안타(2위) 21홈런(4위) 81타점(3위) 78득점(2위)을 기록 중이다. 장타율도 전체 6위(0.522)에 오르는 등 팀의 3~4번 타자로서 중심타선의 무게를 확실히 잡아주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나이가 나이인 만큼 예전보다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잘하고 있다. 나로서는 정말 땡큐"라며 "시즌 전에는 힘이 떨어지고 슬럼프에 빠져 부진이 깊어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했었다. 하지만 초반부터 너무 잘해주며 분위기를 이끌어줬다. 후배들도 승엽이를 보며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4번타자로 이승엽을 뒷받침하고 있는 박석민도 "승엽이형 효과가 크다. 상대팀에서 승엽이형에게 항상 어렵게 승부한다. 뒤에 있는 타자에게는 오히려 치기 좋은 공이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류중일 감독은 "승엽이가 요즘 기복이 조금 있지만 못 친다고 해서 7번에 갖다놓을 수 없다. 잘하든 못하든 3~4번타자로 믿고 기용해야 한다"며 팀 타선의 상징과 다름 없는 이승엽에게 거듭 신뢰를 나타냈다. 여전히 건재한 이승엽의 활약 속에 삼성도 2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우승 확정을 향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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