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에서 돌아온 선수이기 때문에 보호해줘야 한다".
'특급 언더핸드' 롯데 정대현(34)은 지난해 FA 계약 뒤 무릎 수술을 받고 재활에 매달리며 개막 첫 4개월을 날렸다. 하지만 양승호 감독은 서두르지 않고 정대현이 확실하게 재활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배려했다. 지난달 9일 잠실 LG전에 복귀한 뒤 18경기에서 2승4홀드 평균자책점 0.90으로 활약하고 있지만 절대 무리시키지 않는다.
지난 14일 광주 KIA전 더블헤더 2차전에서 2이닝 동안 33개의 공을 던진 정대현은 15일 대구 삼성전에서 아예 불펜 대기 명단에서도 빠졌다. 양승호 감독은 "부상에서 돌아온지 얼마 안 된 선수이기 때문에 지금은 보호해줘야 한다. 포스트시즌 올라가서 못 쓰면 어떡하나"고 말했다. 모든 포커스를 가을잔치에 맞추고 있는 것이다.

정대현도 가을잔치에 맞춰 서서히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가 등판한 18경기 중 8회(6경기)·9회(3경기) 등판이 9경기로 절반. 5회 3경기, 6회 6경기로 5~6회 등판도 역시 9경기나 된다. 불펜 가동시 첫 번째 투수로 등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정대현 본인의 의지다.
양승호 감독은 "정대현 본인이 5~6회에 나오는 걸 원하고 있다. 아직 스스로 생각하기에 구위가 100%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부담이 조금 덜한 상황에서 등판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등판 시점 뿐만 아니라 상황도 그렇다. 8회 이후 2점차 이내 상황 등판은 6경기로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8회 이후 5점차 이상 크게 벌어진 상황에도 4경기에 등판했다.
3위 SK에 1.5경기차로 쫓기며 2위 수성이 시급해진 롯데이지만 정대현은 포스트시즌용 투수로 기대받고 있다. 양승호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는 이틀 연속 연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남은 기간 연투 능력을 회복하면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중요할 때 기용할 수 있다"고 기대를 걸었다.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서 패배한 롯데는 확실한 스페셜리스트가 필요하다.
올해 롯데는 마무리 김사율을 비롯해 최대성·김성배·이명우·강영식 등 불펜 자원이 풍부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큰 경기에서 경험이 부족하다. 국제대회부터 한국시리즈까지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정대현에게 가장 신뢰가 갈 수밖에 없다. 정대현은 SK 시절에 포스트시즌 통산 33경기에서 5세이브7홀드 평균자책점 2.36으로 위력을 떨치며 3차례 우승을 경험했다.
불펜 강화 속에 포스트시즌 반란을 꿈꾸는 롯데. 확실한 포스트시즌용 카드 정대현이 있기에 올 가을은 어느 때보다 기대된다. 때문에 남은 시즌 혹시 모를 부상의 재발을 차단하며 조심스럽게 연투 능력 회복에 중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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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