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팬들의 사랑 담긴 양복 한 벌, 파랑새가 되다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2.09.17 07: 53

인천 서포터 '미추홀보이즈'의 마음이 담긴 선물 덕분이었을까?.
인천 유나이티드는 지난 16일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31라운드 강원 FC와 홈경기서 후반 7분 '캡틴' 정인환의 선제골과 후반 35분 한교원의 추가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인천은 이날 승리로 승점 43점을 기록하며 그룹B의 최상단인 9위 자리를 수성했다. 이날 비기더라도 대구(승점 42점)에 밀려 10위로 순위가 내려갈 뻔 했지만 귀중한 승점 3점을 추가하며 전반기 막판 13경기(8승3무2패)서 보였던 거침 없는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인천은 전반기 30라운드를 치르는 동안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개막전 패배를 시작으로 3연패를 당한 뒤 대전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이후 12경기 무승이라는 극심한 침체기를 보냈다. 이 과정에서 관중 폭력 사태와 허정무 전 인천 감독의 자진사퇴 등의 내홍을 겪으며 극심한 홍역을 치렀다.
김봉길 감독이 허정무 전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아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 하지만 매번 좋은 경기를 펼치고도 결정력 부족과 뒷심 부족으로 승리를 눈앞에서 놓쳤다. 놓을 만도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선수들과 팬들을 향한 믿음과 신뢰의 끈을 놓치 않았다.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 질 때 지더라도 홈팬들 앞에서 공격적이고 재미있는 축구를 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김봉길호에 변화의 바람이 닥쳤다.
지난 6월 23일 상주전 승리를 기점으로 13경기서 8승3무2패의 기적 같은 성적을 일궈냈다. 바닥을 치며 강등을 걱정했던 성적은 어느새 그룹B의 최상단인 9위에 올랐다. 비록 30라운드서 제주와 비기며 상위그룹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인천의 행보는 기적 그 자체였다.
김 감독의 이러한 공로를 팬들도 모를 리 없었다. 김봉길 감독은 이날 경기 시작 전 인천 서포터로부터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을 받았다. 서포터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구입한 양복 1벌을 들고 감독실을 찾아왔다. 팬들은 경기장 안팎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기적을 일으킨 김봉길 감독에게 감사의 선물과 함께 진심을 담아 마음을 건넸다.
김 감독도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개인적으로 많이 부족한데 많은 사랑을 주셔서 감사하고, 더욱 막중한 책임감이 든다"며 "고마운 분들을 생각할 때면 힘이 난다.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고 연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미 한 차례 세상에 한 벌 뿐인 양복을 선물 받았던 김 감독이다. 지난 5월 스승의 날, 선수들에게 양복 한 벌을 선물 받은 뒤 승리를 챙겼던 김 김독은 추리닝만을 고집하던 촌스러운 감독에서 양복을 즐겨 입는 멋드러진 신사로 변모하게 만들었다.
선수들의 지대한 관심과 사랑은 침몰하던 배를 지휘하던 선장에 용기와 힘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수장의 믿음과 신뢰의 기운을 이어 받은 인천의 전사들은 호성적으로 그 기대에 부응했다. 그리고 3주간의 휴식을 마치고 스플릿 라운드 첫 경기서 팬들의 사랑이 듬뿍 담긴 양복 한 벌은 승리의 파랑새가 되어 돌아왔다.
이제 남은 것은 팬들의 사랑을 등에 업은 김봉길호가 전반기에 그랬던 것처럼 그에 상응하는 결과물을 그라운드 위에서 펼쳐보이는 것이다. 인천의 새로운 비상을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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