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렬 KIA 감독이 생애 첫 퇴장을 당했다. 선감독은 지난 17일 문학 SK전에서 3-2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8회말 무사 1,2루에서 이호준의 병살타가 파울로 인정받자 격분했다. 그리고 선수단을 모두 철수시켰다. 선수단을 철수시키면 자동으로 퇴장된다. 14분동안 경기는 지연됐고 결국 재개됐다. 그러나 남은 선수들은 무사 만루위기를 딛고 3-2 승리를 지켰다. 선감독의 선수단 철수와 퇴장은 여러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새로운 카리스마?
사실 그동안 선감독의 스타일을 보자면 가벼운 항의를 하더라도 문제 없었던 대목이었다. 그는 선수시절과 감독시절 단 한번도 퇴장을 당한 적이 없다. 삼성 시절도 가벼운 항의를 했을 뿐 이처럼 강력한 항의는 하지 않는 순둥이 감독이었다. 괜히 얼굴 붉히며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았고 심판들과 충돌해봐야 득될게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자주 판정에 항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만큼 애매한 판정이 많았다고 볼 수 있는데 역설적으로 부진한 팀 성적도 요인이었다. 그럼에도 이날은 예전의 선감독이 아니었다. 격분과 격앙, 그 자체였다. 타이거즈 팬들은 김응룡 감독과 김성한 감독을 통해 익숙한 장면들이었다. 선감독에게서 생전 처음보는 장면이 나온 것이다. 그래서인지 홈페이지 커뮤니티에는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팬들의 글들이 올라와있다. 선감독의 카리스마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팬들에 대한 이미지 변신이었다.

▲SUN의 메시지
선 감독은 4강이 절망적인 가운데 내년 시즌을 감안한 포석을 하고 있다. 투수진에서 젊은 선수들을 기용하면서 경험을 쌓게 하고 있다. 이날도 승패가 중요한 것은 아닐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선 감독은 선수단 철수로 강력한 승부의지를 보여주었다. KIA는 전날 5-1로 앞서다 경기를 내주었다. 이틀연속 후반 역전패는 선감독의 자존심과 관련이 있다. 후반 지키는 야구가 트레이드 마크인 선 감독에게 후반 역전패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비록 4강은 어렵지만 쉽게 경기를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 우선이었을 것이다. 아울러 4강 절망과 함께 흐트러지는 선수단 분위기에 경각심을 불어넣었다. 어떤 상황이든 승부처에서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그는 올해보다는 내년을 보고 있다. 앞으로도 비슷한 위기는 언제든 나올 수 있다.

▲달라진 경기력
실제로 선 감독의 선수단 철수와 퇴장은 결집력으로 드러났다. 투수 홍성민이 이호준을 맞춰 무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박정권은 3루 라인드라이브로 처리했고 김강민은 김선빈의 다이빙캐치와 병살플레이로 막아냈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은 고도의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선 감독의 퇴장이 불러온 긴장과 집중력이었다. 선수들의 표정에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몸을 날려 병살로 막아낸 김선빈의 호수비, 그리고 2루수 안치홍의 빨랫줄 송구도 여기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경기 집중력과 견고한 수비력은 선감독이 시즌 내내 아쉬움을 나타낸 대목이었다. 경기후 선수들은 유난히 승리를 즐겼다. 선감독의 퇴장은 경기력으로 나타난 것이다.
▲홍성민의 새로운 발견
위기에서 흔들리지 않았던 신인 홍성민의 발견도 새로운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신인 홍성민은 필승조 투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선감독이 1년 내내 엔트리에서 빼지 않은 주목하는 유망주였다. 이날 홍성민은 7회부터 등판했다. 예전같으면 8회 무사 1,2루에서 진작 바꿀 타이밍이었다. 그러나 선 감독은 그대로 던지게 했다. 그는 궁지에 몰렸으나 무사 만루위기에서 빠져나왔고 9회에서도 세 타자를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을 한 것이었다. 감독의 퇴장과 절체절명의 위기를 스스로 헤쳐나왔고 세이브를 따냈다. 첫 세이브였으나 그에게 의미는 그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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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