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많은 넥센시대' 김시진, 꽃피우지 못한 비운의 장수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2.09.17 18: 20

끝내 꽃을 피우지 못했다.
김시진(54) 전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급작스러운 경질 통보를 받고 한 많은 넥센 시대를 마감했다.  이제는 역사속으로 사라진 현대 유니콘스의 마지막 감독,  그리고 신생 넥센호를 맡았으나 주축 선수들의 대거 이탈로 끊임없이 흔들렸고 돌풍이 잦아들면서 끝내 꽃을 피우지 못했다.
김 감독은 2007년 현대 감독을 맡았으나 2008년 센터니얼인베스트먼트가 팀을 인수하면서 팀을 떠났다. 그리고 다시 2009년 히어로즈 감독직을 맡은 뒤 잦은 트레이드와 열악한 재정 환경 속에서 팀을 이끌었다. 팀은 이택근, 장원삼, 고원준, 황재균 등이 다른 팀으로 떠나는 사이 2009년 6위, 2010년 7위, 2011년 8위로 점차 떨어졌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팀이 달라졌다. 총 계약 50억에 이택근과 FA 계약을 맺고 김병현을 16억원에 한국으로 복귀시켰다. 팀은 든든한 투자를 약속하며 김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성적을 요구했다. 이장석 대표는 1월 시무식에서 "올 시즌 팀이 외형적으로도 성과를 이루기 바란다"고 밝혔다.
팀은 실제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비단 이택근, 김병현 뿐 아니라 지난해 트레이드로 둥지를 튼 박병호, 신고선수에서 정식선수가 된 서건창 등이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브랜든 나이트가 부활하며 팀 성적이 승승장구했다. 넥센은 창단 후 처음으로 3위라는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그러나 풀타임을 뛰는 선수들이 많았던 탓에 더워진 여름부터 체력에 문제를 드러내며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김 감독 역시 "선수들이 한 번쯤 고비가 올 것이다. 그것을 이겨내야 내년부터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진은 생각보다 오래 갔고 그 사이 팀은 6위까지 떨어졌다.
결국 올해 성적을 기대한 팀과 내년 성적을 바라보고 있던 김시진 감독은 목표가 서로 달랐다. 넥센의 객관적인 전력을 봐서는 올 시즌 호성적을 기대하기 힘들겠지만 전반기 보여준 돌풍의 효과가 너무 컸다. 결국 김시진 감독은 내외적으로 제대로 갖춰진 팀을 보지 못하고 낙마하게 됐다.
그는 현대 투수코치시절부터 투수조련과 마운드 운영 능력은 높은 평가받았다. 그러나 감독으로는 현대 1년 포함 5년 동안 한번도 4강 입성을 이루지 못했다. 그만큼 팀 전력이 약했다. 재임내내 주축선수와 유망주 투수들이 트레이드로 빠져나갔다. 그러나 온갖 어려움속에서도 지금의 넥센의 기반을 닦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단 한번 투자하고 성적을 요구한 구단의 눈높이에 맞추지 뭇한 것이 그의 실수라면 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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