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의 상도덕은 무엇일까.
넥센 히어로즈는 17일 오후 2009시즌부터 지휘봉을 잡았던 김시진 감독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김 감독이 중도하차 한 자리에는 김성갑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임명하고 2012시즌 잔여경기를 치르게 된다.
지난 2009년 계약기간 3년으로 2대 감독에 부임한 김 감독은 계약 마지막해인 2011시즌 이전인 3월에 연봉 3억씩 3년 연장 계약을 체결하여 2015년까지 감독직을 수행하기로 한 상태였으나 재계약 첫 해가 끝나기도 전에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김 감독은 2009년 넥센 감독직을 맡은 뒤 잦은 트레이드와 열악한 팀 재정 환경 속에서 팀을 이끌었다. 팀은 이택근, 장원삼, 고원준, 황재균 등이 다른 팀으로 떠나는 사이 2009년 6위, 2010년 7위, 2011년 8위로 점차 떨어졌다. 올해 전반기를 3위로 마감했으나 후반기 선수들의 부상과 체력 부족은 팀을 다시 6위로 돌려놨다.
올 시즌 김 감독은 8월부터 해임 여부에 대한 압박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은 당장 올해 성적을 김 감독에게 요구했고 내년을 바라보던 감독과의 괴리가 생겼다. 넥센 구단 관계자는 "자세히는 알지 못했으나 최근 감독님의 표정이 좋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성적은 차치하고서라도 시즌도 채 마무리되기 전에 감독이 해임되는 것은 야구계의 좋지 못한 관행이다. 지난 8월 한대화 전 한화 이글스 감독도 3년간 팀을 이끌어왔으나 갑자기 경질 통보를 받고 쫓겨나듯 팀을 떠나야 했다. 지난해 김성근 전 SK 와이번스 감독은 출근해 감독실에게 단장에게 해임을 통보받았다.
프로야구 감독직은 우리나라에 9명 밖에 없는 명예로운 자리다. 많은 선수, 코치들이 프로야구 감독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구단들의 '달면 먹고 쓰면 뱉는' 감독 기용 방식을 보면 과연 야구계에 프로야구 감독에 대한 배려나 예의가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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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중간에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질 통보를 받은 김시진(왼쪽) 전 넥센 감독과 한대화 전 한화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