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들 덕분에 편안하게 경기 할 수 있습니다."
스플릿 시스템을 떠나 가장 뜨거운 구단은 인천이다. 인천은 비록 9위지만 하위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벌써 7경기 무패(6승 1무) 행진. 그 중심에 '캡틴' 완장을 찬 국가대표 수비수 정인환(26)이 버티고 있다.
정인환은 지난 16일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31라운드 강원과 홈경기에 선발 출장, 선제골을 터뜨린 데 이어 결승골을 어시스트해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비록 1실점 했지만 이날 경기를 포함 31경기에서 30실점에 불과했다. 16개 구단 중 전북과 함께 공동에 해당하는 수치다. 1위는 28실점인 서울이 차지하고 있다.

그런 깐깐한 최후방을 담당하는 중앙 수비수 정인환이지만 스스로 "골 욕심이 있다"고 밝힐 만큼 적극적인 골문 쇄도를 즐기고 있다. 벌써 시즌 4호골째. 팀내 4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렸다. "골을 넣어야 주목을 받더라. 그래서 욕심이 난다"고 당당히 말하는 그인 만큼 골 넣는 수비수라는 호칭에 함박 웃음을 지었다.
상승세 중추로 떠오른 정인환이 중심이 된 인천은 이날 승리로 승점 43점을 확보, 하위리그 선두자리를 고스란히 유지했다. 수비수지만 롤 모델로 꼽은 곽태휘처럼 세트피스 상황서 적극적으로 욕심을 내고 있다.
이날 경기에 앞서 김봉길 인천 감독은 "선수들이 마음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선수들에게 직접 "정신적인 무장을 하자. 최하위로 어려웠을 때를 생각하라. 언제든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 속에는 내심 걱정도 존재했다. 김봉길 감독은 29라운드 전북과 경기에서 퇴장을 당해 이날 벤치가 아닌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스플릿 시스템 첫 경기라는 점에서 중요한 경기였다. 또 팬들로부터 "잘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잘해달라"는 의미의 양복까지 선물받아 더욱 부담이 컸던 경기이기도 했다.
실제 김 감독은 경기 후 "스플릿 후 첫 경기라 사실 걱정이 많았다. 마지막 경기에서 상위리그에 올라가지 못해 허탈감이 있을까 했다"고 털어놓으면서 "선수들이 다시 리그를 시작하는 기분으로 최선을 다해줬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 중심에는 주장 정인환이 있다. 정인환 역시 이날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됐다. 몸과 마음이 정상 컨디션을 찾을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지난 11일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전에 참가했다가 돌아온 피로가 다 풀리지 않았다. 그보다 지난달 15일 잠비아와 친선경기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르며 자신감이 상승했으나 우즈벡전에서는 벤치에만 머물러야 했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정)인환이가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우즈벡에서 훈련에 잘 임했기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면서 "컨디션 조절을 하게 했고, 워낙 자기 관리가 뛰어난 선수기 때문에 걱정이 없다"고 신뢰감을 숨기지 않았다.
정인환은 인천의 상승세에 대해 김남일(35)과 설기현(33) 등 베테랑들의 '쿨한' 노력을 거론했다. 정인환은 "내가 주장이지만 처음에는 모아놓고 이야기 하기가 꺼려졌다. 남일이형과 기현이형 등 고참 선배들이 계셔서 좀 쉽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남일이형과 기현이형이 먼저 다가와 '괜찮다. 편하게 해라'며 말해줘 마음을 놓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경기 중에도 '그냥 반말로 해라. 이름을 불러도 된다'고 해서 급하면 '남일아, 기현아' 하고 소리친다"고 밝혔다. 각각 9살, 7살이나 많은 하늘 같은 선배들이다. 이에 "이번 A매치 원정길이 쉽지는 않더라. 갔다와서 나흘 동안 물갈이를 하는 바람에 제대로 컨디션을 맞추지 못했다"는 그지만 "말(言)로 하는 전술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거의 80% 정도는 되는 것 같다"면서 "편하게 선배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한 것이 승리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정인환은 중앙 수비수로 나서 토털 수비를 총지휘, 강원의 파상 공격을 수차례 막아냈다. 중원의 김남일은 수시로 최후방까지 내려왔고 설기현 역시 수비에 가담하는 적극성을 보여줬다. 김봉길 감독이 말한 '토털 사커'가 현실화 되는 모습이었다. 결국 정인환이 밝힌 인천의 힘은 바로 하나로 결집하는 능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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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현-정인환-김남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