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혼다'라 부르지만 친한 친구면서 배울 점 많은 선배다."
김인성(23, CSKA 모스크바)에게 일본축구대표팀 혼다 게이스케(26)는 같은 팀 동료이면서 3살 많은 선배이기도 하다. 국가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자존심이 없을 수 없지만 타지에서 서로 의지하며 지내는 외롭고 혈기 넘치는 아시아 선수다.
지난 16일 국제통화로 닿은 김인성은 외국어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고 했다. "영어권이 아니라서 불편한 것이 많다"는 그는 "키릴 나밥킨, 파벨 마마예프,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 등 친절하게 대하는 러시아 친구들이 초청을 몇 번 했지만 뭘 입어야 할지 말도 안통하고 해서 선뜻 가지 못했다"고 웃어보였다. 그러면서 "지금 러시아어와 영어 두 가지를 공부하고 있는데 너무 힘들다. 혼자 하려니 머리가 터질 것 같다"고 적응에 대한 어려움을 살짝 털어놓았다.

이런 김인성에게 도움이 되는 이가 바로 혼다다. 비록 라이벌 국가인 일본 국적이지만 같은 동양에서 와 자주 어울리고 있다. 한국과 일본 선수로서의 자존심보다는 바로 옆 아파트 숙소에 살며 가끔 이야기 상대가 돼주는 친근한 사람이 바로 혼다다.
김인성은 혼다에 대해 "일본 언론을 통해 좀 튀는 성격으로 알려졌지만 소속팀에서는 별로 그런 것을 느끼지 못한다"면서 "바로 옆에 살면서 가끔 매니저랑 함께 대화하고 지낸다. 말은 잘 안통하지만 즐겁다"고 웃어보였다.
이어 "같이 있다가 나는 리저브 경기를 뛰기 위해 헤어지는데 다시 만나면 항상 안부를 물어본다"면서 "한국말도 할 줄 안다. 어디서 배웠는지 '잘지내?'라고 물으면 '못지내', '아파'라고 말하기도 해 깜짝 놀랐다"고 설명했다.
또 김인성과 혼다는 일주일에 1~2번은 꼭 한국식당을 찾는다. 김인성에 따르면 혼다가 즐겨 먹는 음식은 순두부찌개. 김인성은 "한국 음식을 자주 먹는 편이다. 순두부찌개를 주로 먹지만 다른 음식도 잘 먹는다"면서 "밥 값도 한 번씩 내지만 혼다가 내는 경우가 좀 더 많다"고 설명했다.
라이벌 의식은 없을까. 김인성은 "솔직히 일본 선수라서 라이벌 의식이 없을 수는 없다"면서도 "그래도 자주 보고 스스럼 없이 지내다 보니 편하다"고 말했다.
특히 김인성은 "그냥 '혼다'라 부르지만 3살이 많다. 그래서인지 가끔 '열심히 하면 박지성 같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국가대표팀이 돼서 함께 뛰면 좋겠다' 등 좋은 말도 많이 해준다"고 혼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선수로 보면 자기관리가 철저하다. 프로페셔널하고 배울 점이 많은 선수라는 것이 느껴진다. 영어 공부도 스스로 하더라"면서 "경기를 보면 시야가 넓고 자기가 게임의 흐름을 조절할 줄 안다. 그런 부분에서는 배울 점이 많다"고 인정했다.
김인성은 "순발력 빠르지만 대신 체력이 약했다. 여긴 워낙 몸싸움이 심해 빠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면서 "CSKA 모스크바는 패스를 많이 주고 받는 팀이다. 돌파하는 스타일인 나로서는 처음에 적응하기 힘들었으나 이제 어느 정도 맞아가고 있다"고 강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혼다는 16일(현지시간) 킴키 아레나에서 열린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 알라니아전에서 2골을 터뜨려 올 시즌 4득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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