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파' 김인성, "뛸 수 있도록 어필하는 것이 목표"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2.09.18 07: 02

"당장 뛸 수 있는 실력을 기르는데 주력하겠다."
시종 활기가 넘쳤지만 때론 진지했다. 지난 16일 국제통화가 닿은 김인성(23, CSKA 모스크바)의 목소리는 추운 날씨와 혼자 있는 외로움을 버텨내는 투지를 고스란히 내뿜고 있었다.
"3주전부터 부모님이 와 계셔서 밥은 잘 챙겨먹고 있다"며 씩씩한 웃음소리를 우선 들려 준 김인성은 "지난 4월에 오시고 이번이 두 번째 오셨다. 하지만 19일이면 한국으로 돌아가신다"고 살짝 아쉬움을 표시했다. 아버지 김호준(50) 씨와 어머니 장해경(47) 씨가 한달 동안 타향살이 하는 아들에게 힘이 돼줬다.

지난 2월 CSKA 모스크바에 깜짝 입단, 한국 축구팬들에게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김인성이다. 2009년 20세 이하 청소년 대표를 지냈고 2010년 대학춘계대회 득점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후기 우승을 차지한 강릉시청 소속이던 김인성은 해외진출의 꿈을 이루는데 성공했다.
특히 김인성은 지난 3월 15일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전 경기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려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앞선 3월 3일에는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와의 경기에 출전,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치르기도 했다. 너무 짧아 데뷔전에 대한 감격을 누릴 사이도 없었다. 이후 김인성은 부름을 받지 못하고 있다. 리저브 게임에 꾸준히 뛰면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김인성은 "가끔은 한국이 살기 좋다는 생각을 해본다. 당장 영어권 나라가 아니라는 점에서 불편할 때도 있다. 서비스를 기대하기 힘들고 시켜먹기도 힘들다. 택배는 오래 걸린다"면서도 "하지만 후회할 이유가 없다. 우선 내가 선택한 길이다. 같이 훈련하고 운동할 수 있는 조건에 있는 것이 어딘가. 다 선수하기 나름"이라고 담담하게 여유를 보였다.
김인성의 어떤 부분에 CSKA 모스크바가 매료 됐을까. "테스트 받을 때 기술이 좋다거나 하지는 않았다"며 갸우뚱거린 김인성이지만 이내 "빠르고 많이 뛰고 열심히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봐주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경쟁은 냉정하다. 그도 인정하고 있다. "솔직히 유명한 선수들이 많다"는 김인성은 "기회를 보고 있지만 그런 선수는 이적료도 많고 구단이 먼저 챙기는 것이 사실이다"면서 "결국 실력으로 차지할 수밖에 없다. 경기를 뛰어야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데 기회가 없다는 점이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감독님의 눈에 들어야 한다"고 절박한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대학 3학년 때 프로에 가고 싶어 중퇴, 결단력을 지닌 김인성이다. 그런 만큼 자신을 냉정하게 평가하기도 한다. 그는 "처음에는 몸싸움에서 많이 밀렸다. 그래서 훈련 전과 후, 저녁에 따로 또 웨이트 트레이닝에 매달렸다"면서 "이제는 리저브 경기에 뛰어도 실력차를 느낄 정도다. 상대 선수와 맞부딪혀서도 해볼만 하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또 오른쪽 측면 공격수인 그는 "공간 침투나 미드필드에서 넘어 온 공을 받아 잘 소화하는 편이다. 스틸을 이용한 돌파도 괜찮다. 끌고 다니는 경향도 많이 고쳤다"고 자신의 장점을 거침없이 말하면서도 "아직 몸싸움에서 부족하다. 파워를 좀더 기를 필요가 있다"고 냉정한 잣대를 들이댔다. 고교 때 이미 100m를 11초대에 주파하면서도 180cm의 작지 않은 체구를 가진 만큼 김인성에게 분명한 숙제이기도 하다.
김인성은 꿈을 이야기했다. 바로 국가대표다. 하지만 아직 먼 나라 이야기다. 그는 "당연히 국가대표에 대한 꿈은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게임을 뛰는 것이 목표다. 올해까지 계약이 돼있다. 연장을 하면 3년을 더 뛸 수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해 보였다. 8라운드를 치른 러시아리그다. 올해까지 남은 12경기에서 김인성이 기회를 잡을지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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