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해 주세요"...스플릿 라운드 그룹 B의 바람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2.09.18 08: 59

"외면해 달라".
본격적인 스플릿 라운드에 돌입한 K리그에서 이색적인 바람을 이야기하는 구단들이 있다. 그룹 A와 그룹 B로 나뉘어 진행되는 스플릿 라운드에서 우승이 아닌 '생존'을 두고 싸워야하는 그룹 B 팀들은 사람들의 관심이 부담스럽다.
정규리그까지만 해도 모든 구단은 더 많은 관심이 자신들에게 집중될 수 있도록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치열한 홍보전이 계속됐고 경기장을 찾는 관중 수 만큼이나 취재진의 숫자도 경쟁의 일환이었다.

프로스포츠에 있어 언론 노출은 반가운 일이다. 미디어를 통해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고 팀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언론의 관심 역시 뜨거워지기 마련이다. 시즌 막판,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할수록 취재진의 열기가 뜨거워지는 이유다.
하지만 스플릿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올 시즌의 양상은 사뭇 달라졌다. 우승을 두고 다투는 그룹 A는 여전히 언론의 관심이 반갑다. 미디어데이에서도 밝은 분위기 속에서 당당하게 우승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그룹 B는 다르다. 정규리그와는 달리 언론의 관심이 부담스럽다. "소외되고 싶다. 외면해 달라"는 목소리까지 들려온다. 최대의 화두가 강등인 그룹 B의 특성상 막판 레이스에서 주목받는다는 것은 곧 강등 후보 1순위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스플릿 라운드 돌입 직전부터 '시즌 막판 소외론'을 주장했던 대전 시티즌 역시 예외는 아니다. 대전의 한 관계자는 "시즌 마지막은 언론의 관심에서 소외되고 싶다. 가급적 조용하게 보내고 싶은 바람"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룹 B의 이러한 바람은 쉽게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처음으로 실시되는 스플릿 시스템에 상주 상무의 강제 강등 문제까지 얽혀 있다. 강등팀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는 상태다.
현재 그룹 B 최상위 팀인 인천(9위, 승점 43)과 최하위 팀 강원(16위, 승점 25)의 승점 차이는 18점 차. 강등 위험을 안고 있는 12위 대전(승점 31)과 강원의 승점 차는 불과 6점 차다.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강등 레이스'에서 살아남아 시즌 막판 '소외되기'에 성공할 팀은 과연 누가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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