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시즌 후 한국 무대를 떠나야할 것 같았던 외인투수 3인이 시즌 후반 반전에 성공, 재계약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화의 데니 바티스타(32), LG의 레다메스 리즈(29), 롯데의 라이언 사도스키(30) 모두 후반기 호투로 각 팀의 선발진을 이끄는 중이다. 바티스타와 리즈는 마무리투수에서 선발투수로의 보직 전환이 반환점이 됐고, 사도스키는 연이은 부진으로 2군행이 다가온 시점에서 다시 일어났다.
매년 외국인선수 영입이 각 팀의 주요과제 중 하나 임을 생각했을 때, 이들은 적어도 한국 무대 적응과 관련해선 우려할 필요가 없다. 팀 동료들과의 관계가 원활한 것은 물론, 이미 한국생활이 몸에 익었다. 한국야구 4년차를 맞이한 37세의 베테랑 투수 브랜든 나이트가 올 시즌 리그 최정상급 투수로 발전한 것 역시 이들의 재계약 가능성을 높인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겨울 나이트는 넥센 구단에 무릎 상태를 완벽히 만들어서 돌아올 것을 약속했고 김시진 전 감독도 나이트의 무릎이 회복된다면 올 시즌 나이트와 함께 갈 뜻을 분명히 했다. 결국 팀 입장에서도 다음 시즌 기존 외인선수의 활약을 보장할 수만 있다면, 외국인 선수 영입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고 내년에 대한 구상도 용이해진다. 아직 재계약을 확정할 수는 없지만 반전을 통해 2013년에도 같은 유니폼을 입을 확률이 높은 외인 투수 3인방을 살펴본다.
▲바티스타, 선발진 흑진주
바티스타의 올 시즌 실패와 성공 모두 예상하기 힘들었던 일이었다. 지난 시즌 중반 한화 유니폼을 입고 27경기·35⅔이닝을 소화하며 10세이브 평균자책점 2.02를 기록했을 때만 해도 바티스타는 브래드 토마스 이후 최고의 외국인 마무리투수가 될 것 같았다. 제구력이 불안하긴 했지만 직구와 파워커브로 9이닝 당 15개가 넘는 삼진을 올렸기에 한화는 뒷문걱정 없이 올 시즌을 보낼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시즌 두 번째 경기 만에 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고 좀처럼 흔들리는 제구력을 다잡지 못했다. 상대팀의 바티스타에 대한 분석도 더해져 바티스타를 상대하는 타자들은 바티스타가 밸런스가 무너질 때면 힘들이지 않고 볼넷으로 1루를 밟았고 가운데로 몰리는 공은 장타로 연결했다. 결국 바티스타는 구원 등판한 3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5.70 피안타율 3할1리로 방출 위기에 놓인 채 6월 11일 2군으로 내려갔다. 6월 24일 1군 복귀 후 볼넷을 줄이며 제구력을 가다듬었고 7월 27일 광주 KIA전에 선발 등판해 반전 드라마를 썼다.
첫 선발 등판에서 5⅔이닝 8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 적장 선동렬 감독으로부터 ‘15승 투수급 투구’라는 찬사를 받았다. 최근 선발 등판인 16일 목동 넥센전에선 6⅔이닝 13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4승에 성공한 것과 동시에 역대 외국인투수 최다 탈삼진 타이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선발투수로 마운드를 밟으면서 정상급 파워피처의 본능을 발휘하고 있는 만큼, 2013시즌에도 바티스타가 한화 선발진에 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리즈, 여전히 원석 다이아몬드
리즈 역시 바티스타처럼 롤러코스터와도 같은 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 시즌 11승을 거두며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했지만 올 시즌에는 마무리투수로 보직을 전환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임했다. 160km를 상회하는 강속구에 각도 큰 140km대 슬라이더를 지녔기 때문에 리즈가 LG 마무리 잔혹사의 마침표를 찍을 것 같았다.
그러나 구원 등판 세 번째 경기 만에 16연속 볼·4연속 볼넷으로 흔들리더니 끝내 제구력을 잡지 못하고 3주 만에 마무리투수 자리에서 내려왔다. 당시 리즈는 “반드시 막아야만 한다는 생각에 심적인 부담이 컸다. 기술적인 면보다 마인드 컨트롤이 힘들었다”며 처음 해보는 마무리투수 보직에 실패했음을 인정했다.
클로저 역할은 3주 천하에 그쳤지만 선발투수로 돌아오면서 겨울 내내 연마했던 부분이 하나 씩 나타났다. 투구 폼을 낮게 가져가며 전반적인 로케이션도 낮게 형성되기 시작했고 슬라이더 외에 변화구인 체인지업과 커브의 빈도도 부쩍 늘어났다. 비록 7월 한 달 평균자책점 9.53으로 고전했지만 8월 이후 선발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1.90으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직구 평균구속이 150km 중반대를 형성, 지난 5일 대구 삼성전에선 162km를 찍으며 한국야구 사상 가장 빠른 공을 던지기도 했다. LG 김기태 감독은 이미 내년 시즌 리즈와의 재계약에 대해 “지난 시즌의 활약도 있고 이미 어느 정도 검증된 투수라고 생각한다. 내년에도 함께 갈 생각이다”고 밝혔다.
▲사도스키, 가을야구에 달렸다
매년 반복됐던 일이라고 해도 올해는 유난히 시즌 초 부진이 길었다. 지난 2년 동안은 슬로우스타터로서 전반기 부진을 끊고 어떻게든 두 자릿수 승을 올렸지만 올 시즌은 이마저도 힘들 것으로 보였다. 5월 2승 2패 평균자책점 3.82로 회복 국면에 접어드는 듯 했으나 8월까지 매월 평균자책점 4점대 이상으로 다시 흔들렸다. 구위저하와 컨트롤 난조가 동시에 찾아오면서 2군행이 가까워졌고 롯데 양승호 감독 역시 “한국에서 코치라도 하려는지 야구는 안 하고 한국어 공부만 하나보다”고 웃으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반전은 팀 선발진이 무너진 위기 상황에서 나왔다. 8월 17일 넥센전에서 약 20일 만에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하더니 이후 4번의 등판에서 2승 평균자책점 1.44로 완벽 부활을 알렸다. 최근 등판이었던 대구 삼성전에선 최고구속 152km를 기록하며 구위에서도 자신의 베스트 컨디션을 되찾았다. 사도스키의 활약과 함께 롯데도 2위 수성 희망이 커졌고 1992년 이후 20년 만에 정상등극도 노릴 수 있게 됐다.
사도스키 스스로도 “우리 팀은 정말 강해졌다. 쉐인 유먼이 잘 하고 있고, 송승준도 확실하게 살아났다. 나만 더 잘하면 1~3선발이 강해질 것”이라며 "불펜도 많이 안정됐다. 선발투수가 리드하는 경기를 만들어 놓으면 이길 수 있다. 포스트시즌도 해볼 만하다"고 자신했다. 사도스키는 지난 2년 동안 포스트시즌 3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1.93을 올렸다. 사도스키가 롯데의 20년 숙원을 푸는 데 힘을 보탠다면, 2013시즌에도 롯데 유니폼을 입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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