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릴 말씀이 없다" 김시진의 씁쓸한 마지막 인터뷰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2.09.18 08: 20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김시진(54) 전 넥센 히어로즈 감독의 마지막 경기 소감이었다. 김 감독은 지난 16일 목동 한화전에서 투수진이 사사구를 13개나 남발하며 고전한 끝에 2-8로 패하자 이같은 말을 남겼다. 평소 경기에서 진 뒤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는 말을 했던 김 감독과 사뭇 달랐다.
김 전 감독은 최근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표정이 어두울 때가 많았고 이야기에도 힘이 없었다. 취재진은 지난달 말 김 전 감독의 곁을 떠난 애완견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만을 했다. 지난해 8위에서 그래도 팀을 6위까지 올려놓은 김 전 감독이 성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는 생각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김 전 감독은 투수진을 강하게 질책했다. 16일뿐 아니라 넥센 투수진은 14일 목동 한화전에서도 사사구를 10개 내주며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갔다. 가장 싫어하는 볼넷을 10번이나 지켜본 김 전 감독은 "그날 경기 후 이례적으로 투수들을 모아 혼냈다"고 했다.
특히 2년을 기다려준 우완 김영민(25)에 대해 화가 많이 난 김 전 감독이었다. 김영민은 14일 경기에서 2이닝 만에 3실점으로 강판됐다. 그는 "기회를 줘도 발전이 없다. 지더라도 감독에게 희망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런 점이 없다"며 김영민에 대한 쓴소리를 강하게 했다.
그러나 4번타자 박병호(26)에 대해서는 한없이 고마움을 표현했다. 김 전 감독은 "병호가 이렇게 해줄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나도 타율 2할7푼대, 25홈런, 80~90타점 정도만을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고비를 수월하게 잘 넘겼다"며 타율 2할9푼1리 28홈런 93타점을 기록중인 박병호를 칭찬했다.
김 전 감독은 내년에 대한 새로운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올해 마무리 캠프에는 대부분의 선수를 데려가려고 한다. 풀타임을 뛴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다 데려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해왔다. 이제 첫 풀타임 시즌의 고비를 넘긴 선수들과 함께 내년부터 본격적인 성적 사냥에 나서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6위 감독 앞에 내년은 없었다.
의도치 않았으나 마지막이 된 인터뷰에서 그는 어떻게든  올해를 잘 마무리하고 내년 성적을 잘 거두기 위해 선수들을 혼내고 다독였다. 그러나 선수들은 16일 마지막 경기에서까지 감독이 싫어하던 사사구를 남발하고 타석에서 맥없이 물러나며 패배를 안겼다. 아마 그들도 그날이 마지막 경기인줄은 몰랐을 것이다.
김 전 감독은 "기대했던 성적에 미치지 못했다"는 냉혹한 결과 앞에 옷을 벗어야 했다. 4년 동안 키워온 제자들의 덜 영근 실력 앞에 "드릴 말씀이 없다"는 말 한 마디를 남기고 해임된 김 전 감독의 마지막은 씁쓸함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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