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에 갈 팀은 사실상 정해졌다. 그 중에서도 삼성은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직행이 유력하다. 하지만 2위의 주인공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안개만 자욱해지고 있다.
2012 프로야구의 마지막 볼거리는 2위 싸움이다. 롯데, SK, 두산이 모두 가능성을 열어둔 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2위 롯데와 4위 두산의 승차는 2.5경기에 불과하다. 어차피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팀들의 궁극적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대권’이다. 준플레이오프부터 힘을 빼서는 이 목표에 다가서기 쉽지 않다. 때문에 세 팀은 2위 고지 점령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각 팀의 전력이다. 하지만 외부 변수도 무시할 수 없다. 잔여경기를 소화 중인 각 팀의 일정은 이미 뒤죽박죽이다. 특히 올해는 태풍 등의 영향으로 유난히 9월에 많은 경기가 취소됐다. 예비일 편성, 더블헤더 등 예상치 못했던 변수들이 속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단 컨디션에 직결되는 이동거리도 하나의 변수로 떠올랐다.

▲ 롯데, “팔도유람… 정신없네”
2위 수성으로 전략을 바꾼 롯데(62승51패6무, 승률 0.549)는 부산을 연고로 한다. 이런 특성상 이동거리가 다른 팀들에 비해 긴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시즌 막판은 더 심하다. 어쩌다보니 ‘원 포인트’ 일정이 많아졌다. 말 그대로 정신없이 돌아다녀야 한다. 양승호 롯데 감독도 몇 차례나 이동거리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한 바 있다.
더 이상 경기가 순연되지 않는다는 전제를 둬도 롯데의 이동거리는 나머지 두 팀에 비해 훨씬 더 길다. 롯데는 18일부터 24일까지 7연전이 예정되어 있다. 18일과 19일 사직에서 SK와 상대하는 롯데는 곧바로 수도권으로 이동한다. 20일에는 목동에서 넥센과, 21일에는 잠실에서 LG와 맞붙는다.
그리고 다시 경상도로 내려온다. 경상도 안에서도 바쁘다. 22일에는 대구 삼성전에 이어 23일에는 사직에서 LG와 상대하고 24일에는 다시 대구로 올라간다. 단순하게 경기장 사이의 거리로만 따져 7연전 이동거리가 약 914㎞에 이른다. 최악의 상황은 수도권 두 경기 중 하나라도 취소되는 경우다. 또 한 번 장거리 여행이 불가피하다.
이후에도 27일과 28일에 걸쳐 삼성과의 두 경기를 사직과 대구에서 나눠 치른다. 30일부터는 군산에서 KIA와 3연전이 잡혀있다. 추석 연휴가 끼어 선수단의 스트레스는 더 심해질 전망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이동거리는 1338㎞나 된다.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그 후 곧바로 문학으로 이동해 SK와 경기를 치를 가능성도 있다. 롯데는 문학에서도 2경기가 남아 있다. 양승호 감독은 “우리 입장에서는 인천이 제일 멀다”라고 걱정을 드러냈다.

▲ 두산, “넉넉한 일정 앞세워 2위 탈환”
4위 두산(61승55패2무, 승률 0.526)은 롯데와 정반대다. 일정이 비교적 순탄하다. 롯데처럼 한 경기만 치르고 짐을 꾸려야 하는 상황도 별로 없고 휴식일도 적절하게 끼어 있다. 18일과 19일 광주에서 KIA와 상대하는 두산은 20일과 21일 이틀을 쉰다. 장거리 이동의 여파를 적게 받을 수 있다. 22일부터 26일까지는 잠실에서 SK 및 한화와 5연전을 가진다. 이동거리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
5연전 후 27일 하루를 쉬는 두산은 28일 대전에서 한화와 경기한 뒤 곧바로 수도권으로 올라온다. 29일부터 10월 2일까지 잠실 LG전과 목동 넥센전을 소화한다. 역시 별다른 피로감이 없는 일정이다. 두산의 총 이동거리는 606㎞ 가량이다. 롯데의 절반도 안 되고 추석 때 길거리에 서 있을 필요도 없다.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더 쉴 수 있는 여건이다. 수도권 팀의 이득이라고도 볼 수 있다.
롯데와 두산 사이에 있는 3위 SK(61승53패3무, 승률 0.535)는 이동거리도 두 팀 사이에 끼어 있다. SK의 잔여경기 이동거리는 1048㎞ 남짓이다. 18일부터 19일까지 사직에서 롯데와 상대하는 SK는 20일과 21일 이틀을 쉰다. 그 후 22일부터 27일까지는 잠실, 문학, 목동을 오가는 일정이다. 28일부터 29일까지 광주 KIA전, 10월 1일부터 2일까지 대전 한화전이 잡혀 있으나 올라오는 길이라 상대적으로 타격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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