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무(無)어필 김태균 병살이 합법화된 이유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2.09.18 08: 29

‘리터치’라고 부르는 야구용어는 주자가 다음 루로 진루 또는 역주할 때에 타격이 일어나기 전 밟고 있던 루로 돌아가는 행위를 말한다. 또한 플라이볼이 떴을 때 주자가 포구를 확인하고 다음 루로 뛰기 위해 본래의 루를 밟고 있는 행위도 리터치에 포함된다.
이러한 리터치 과정에서 주자가 규칙을 위반했을 경우, 그 주자의 아웃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수비측의 이의제기, 즉 어필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 쉽게 말해 설령 주자가 리터치 규칙을 위반했다 하더라도 자동으로 아웃처리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지난 9월 2일 한화와 KIA전(대전구장)에서는 수비수가 상대 주자의 리터치 위반에 대한 어필을 콕 짚어 말하지 않았음에도 자동 어필된 것으로 간주, 주자가 아웃처리 되는 희한한 상황이 있었다.

당시 상황은 이렇다. 5회초 KIA의 공격 1사 1,3에서 2번타자 김선빈이 때린 공이 라인 드라이브로 투수 송신영의 다리를 맞고 3루수 오선진쪽으로 방향을 바꿨고, 오선진은 이 타구를 잡아 1루로 송구. 공은 김선빈보다 앞서 1루수 김태균에게 도착했고 1루심은 아웃을 선언.
한편 투구 전에 2루로 스타트를 끊었던 1루주자 이용규는 이미 2루에 도달한 상황이었고, 3루주자 이준호는 오선진이 1루로 공을 뿌리자 그 틈을 이용해 홈으로 쇄도. 한화 1루수 김태균은 이를 간파해 공을 잡자마자 홈으로 던졌지만 주자는 세이프.
그후 한화 내야수들은 3루주자가 리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포수 박노민으로부터 공을 넘겨 받아 3루에 어필, 아웃을 인정받았고 당연히 세이프된 3루주자의 득점은 원천 무효가 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날 공식기록지에는 3루주자가 어필아웃 된 것이 아닌 1루주자 이용규가 어필아웃 된 것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심판진이 모여 1루주자 이용규의 리터치 위반이 먼저 일어난 것으로 판정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렇든 저렇든 주자의 득점을 인정하지 않는 결과 자체는 마찬가지였지만, 따로 수비측의 어필시도가 없었던 1루에서의 리터치 위반에 대해 아웃을 묵시적으로 심판진이 인정한 이유는 과연 어디에 있었을까?
이는 이어진 일련의 야수들의 플레이를 지극히 정상적이고도 정당한 플레이로 간주했기에 내려진 결정이었다.
당시 1루수 김태균은 오선진의 송구를 받았을 때 그 순간이 어필을 전제로 제3아웃에 해당된다는 것을 몰랐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공을 잡자마자 홈으로 달려드는 3루주자를 보고 불필요했을 수도 있는 홈 송구를 시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그 때 상황에서 타구를 잡은 오선진이나 1루수 김태균이나 투수에 맞고 굴절된 타구를 타자의 플라이아웃으로 확신하기란 쉽지 않은 정황이었다. 야수의 눈에 타구가 땅에 닿고 굴절된 것으로 보일 수도 있고, 야수가 아닌 심판원들의 눈에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야수는 일단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를 모두 다 해놓고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1루수 김태균이 설령 자신에게 날아온 송구가 제3아웃에 해당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만일을 대비해 홈으로 뛰는 3루주자를 잡기 위해 송구한 것은 당연한 플레이였다. 당시 타구가 직접 포구가 아닌 땅볼로 귀결되는 날엔 김태균의 포구는 제3아웃이 아닌 제2아웃에 머물러야 하는 순간이었다. 심판의 판정이 나기 전, 김태균이 제3아웃임을 지레 예단해 1루주자 이용규의 리터치 위반 어필에 만족했다가는 자칫 상대에게 실점을 허용할 수도 있는 그런 그림이었다라는 말이다. 한화로 봐서는 안전장치 즉 보험이 필요했다.
김태균이 1루주자 이용규의 리터치 위반에 대한 어필을 1루심에 따로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어필 당한 3루주자가 아닌 1루주자를 리터치 위반으로 아웃시킨 사연 속에는 이러한 정황이 숨어있다. 김태균이 그 당시 정확한 아웃 카운트 상황과 일련의 플레이에 얽힌 내용을 알고 했든 모르고 했든 그것은 중요하지가 않았다.
한편 그날 벌어진 상황은 야구의 제4아웃 규칙을 만나볼 수 있는 상황 그 자체였다. 3아웃으로 이닝이 종료됨에도 네 번째 아웃을 인정하는 이유를 알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보기 드문 장면이 이날 일어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1루수 김태균의 포구가 어필에 의한 제3아웃이었지만, 만일 그 전에 3루주자가 홈으로 들어갔다면 그 주자의 득점은 정당화된다. 제3아웃이 포스아웃 형태가 아닌 어필아웃 상황이라면 그 전에 일어난 주자의 득점은 유효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자의 득점을 끝끝내 무효로 만드는 방법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제4아웃을 얻어내는 일이다. 이날 3루주자 이준호처럼 역시 리터치를 하지 않고 홈으로 달려들었을 경우, 수비측은 제3아웃 완성과 관계없이 득점에 성공한 3루주자의 리터치 위반을 지적해 어필에 의한 제4아웃을 요청할 수 있다. 받아들여지면 주자의 득점은 무효가 되고 그 주자 역시 아웃으로 인정된다.
공식기록처리는 제3아웃과 제4아웃의 순서를 바꾸어 네 번째 아웃을 그 이닝의 제3아웃으로 변환해 기록한다. 이전의 제3아웃은 결과적으로 없었던 일이 되고 잔루로 남는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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