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의 향기를 동시에 느낀다'
스크린에서 남자 주인공들의 1인 2역, 혹은 반대로 2인 1역이라는 흥미로운 설정을 목격할 수 있는 요즘이다.
배우 이병헌은 첫 사극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를 통해 생애 첫 1인 2역 연기에 도전했다. '왕자와 거지' 콘셉트와 팩션 사극이 오묘하게 조합된 이 한국영화는 지난 13일 개봉 후 박스오피스 1위 행진을 벌이고 있다.

조선 광해군 8년, 독살 위기에 놓인 왕 광해를 대신해 왕 노릇을 하게 된 하선이 왕의 대역을 맡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다룬 이 영화는 신선한 스토리 설정도 재미를 더하지만 극 중 광해로 열연한 이병헌의 연기가 입소문을 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광해'를 통해 왕과 천민이라는 전혀 다른 두 위치에 선 1인 2역을 완벽히 소화해 낸 이병헌은 카리스마 넘치는 진짜 왕 광해와 어리숙하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가짜 왕 하선으로 서로 다른 매력을 동시에 펼쳐냈다.
외화에서는 반대로 2인 1역이라는 흥미로운 설정 하에 조셉 고든 레빗과 브루스 윌리스라는 두 할리우드 스타를 내세운 작품이 있다. 오는 10월 11일 개봉하는 '루퍼'가 그 작품.
SF액션스릴러 '루퍼'에서 조셉 고든 레빗과 브루스 윌리스은 둘 다 '조'라는 한 인물을 연기한다. 두 배우가 동인 인물로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파격 캐스팅이라는 반응이다.
조셉 고든 레빗은 영화에서 현재의 '조'를 맡아 차갑고 카리스마 넘치는 킬러 루퍼로 완벽 변신해 특유의 부드러운 훈남 이미지 대신 강렬하고 거친 남성미, 그리고 고난이도 액션까지 선보인다. 특히 함께 '조'를 맡은 브루스 윌리스와 닮아 보여야 했기 때문에 매일 세 시간씩 특수 분장을 하는 것은 물론, 브루스 윌리스의 음성을 녹음해 연기할 때마다 듣고 연습했다고.
미래의 '조'를 맡은 브루스 윌리스 역시 액션 거장의 노련함과 파워풀한 액션으로 관객들에게 쾌감을 선사하고 그의 액션은 조셉 고든 레빗과 완벽한 호흡을 선보인다. '전혀 다른 듯 너무 닮은' 두 남자들의 향연이다.
ny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