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을 철수 시킨 선동열 KIA 감독이나 투수를 대타로 기용한 김기태 LG 감독은 팀 성적에 지나치게 쫓기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평소의 두 감독 성품으로 보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해 야구장을 찾은 팬들과 더 많은 TV 중게 시청자를 황당하게 만들었겠습니까.
선동열(49) 감독은 9월 16일 문학 SK전 8회말 파울 타구 판정을 놓고 박종철 주심에게 어필하다 선수단을 철수시켰고, 퇴장명령을 받았습니다. 선 감독의 퇴장은 선수 시절을 포함해 처음입니다. 올 시즌 감독 퇴장은 한대화 전 한화 감독과 김시진 넥센 감독에 이어 3번째입니다.
당시 상황은 KIA가 3-2로 앞선 8회말 무사 1, 2루서 SK 이호준이 KIA 홍성민의 초구를 타격했고 공은 3루수 방향으로 흘러 3루수 박기남이 잡아 5-4-3으로 연결해 병살을 성공 시켰습니다. 박 주심은 타구가 이호준의 왼발 끝에 맞았다고 판단해 파울을 선언한 것입니다.

선 감독은 바로 “타구가 발에 맞지 않았다”고 항의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라운드에서 선수단을 철수 시켰고, 결국 퇴장을 당했습니다. 오후 7시51분 중단된 경기는 8시5분 재개돼 14분간 경기가 중단됐습니다.
KBO는 17일 오후 상벌위원회를 열고 선동열 감독에게 벌금100만원과 엄중경고의 제재를 부과하였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칙위원회는 2009년 6월 29일 “감독이 선수를 그라운드에서 철수시킬 경우 자동적으로 퇴장을 줄 수 있고, 이후 몰수게임에 대한 판단은 심판 재량에 맡긴다”고 결정했습니다.
그 이전에 가끔 일어나던 선수단 철수 사건은 규정이 제정되고 4개월 후인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일어났습니다. 사태가 비롯된 것은 KIA의 6회말 1사 1, 2루 공격에서 이종범의 2루수 방면 땅볼이 나오자 1루 주자였던 김상현은 2루를 향해 슬라이딩을 시도했습니다.
더블 플레이를 노린 SK의 유격수 나주환은 정근우의 송구를 받아 빠르게 1루로 던졌지만 공은 어이없는 방향으로 나가고 말았습니다. 그 사이 2루에 있던 최희섭이 홈을 밟으며 점수는 3-0으로 벌어졌습니다.
이에 김성근 SK 감독은 수비방해라고 강하게 어필하다 급기야 선수단을 덕아웃으로 철수시켜 경기가 잠시 중단됐습니다. 11분이 경과한 후 SK 선수들은 다시 수비 위치로 돌아갔습니다.
김성근 감독은 5차전 경기가 끝난 후 “퇴장 규정을 알고 있었다”면서 문제되는 판정이 몇 개 더 있었다고 말하고“야구팬들에게 미안하다”며 가을 잔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당시 KBO는 김성근 감독에게 “추가 징계는 없다”고 밝혀 김성근 감독은 별다른 징계없이 6차전에 나갈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의 사건은 지난 12일 LG 김기태 감독이 고졸 신인 투수 신동훈을 대타로 기용해 논란을 일으켜 KBO가 중징계를 당한 사건입니다. 김기태 감독은 0-3으로 뒤진 9회말 2사 2루에서 SK가 마무리 정우람을 투입하자 한번도 1군 경기에 나서지 않은 고졸 신인 투수 신동훈을 대타로 세웠습니다.
김기태 감독은 다음날 투수를 대타로 내세운 이유에 대해 SK의 투수 교체에 대해 항의를 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KBO는 14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규약 제168조에 의거해 '김 감독이 승리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소홀히 해 야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고, 스포츠정신을 훼손시켰다'는 이유로 벌금 500만원과 엄중 경고의 제재를 부과했습니다.
대다수 야구인은 김기태 감독에게 경고나 주의 처분을 내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벌금 처분 중 가장 무거운 5백만원이 병과되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심지어 어느 매체는 ‘구자경 LG 그룹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이자 구본무 LG 그룹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KBO 총재의 의중이 크게 반영됐다. 총재가 김기태 감독의 행동에 대해 크게 실망해 징계가 강해진 것 같다"는 야릇한 내용도 내보내 본질을 왜곡할 수도 있다는 느낌을 준 일도 있지만 하여간 김기태 감독의 조치는 팬들과 야구인들에게 실망을 안긴 일입니다,
팬들에게 마운드와 왼쪽 타석, 이제는 지도자로 누구보다 꿈을 많이 안겨준 선동열-김기태 두 감독입니다.
자신의 마음에 맞지 않는다고 선수들을 철수 시키고 석점차 상황에서 한번도 1군경기에 나서지 않은 신인 투수를 타석에 기용한 것은 팬들과 야구인들의 가슴을 한참동안 멍하게 만든 것으로 예전에 보았던 두 사람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릅니다.
4강에 몰두하고 쫓기다가 가슴에 생긴 병증이 나타난 모양입니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