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프런트 분리 원칙, 호성적을 위한 해법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2.09.18 13: 15

700만 관중 시대에도 불구하고 한국 프로야구는 퇴보하고 있다. 8,90년대 '프런트 야구'가 다시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그만큼 선수단을 이끄는 감독의 권위가 약해질 수 밖에 없다. 한화와 넥센 모두 계약 기간을 남겨 놓고 사령탑을 교체했다. 어쩌면 갈아 치웠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만큼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단순히 사령탑 교체 뿐이겠냐만은.
A 구단 운영팀 책임자는 감독과의 면담을 요청할때 "X 감독, 잠깐 봅시다"라고 불렀다. 마치 하인을 부르는 듯 했다. 현장의 총책임자에 대한 예의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알고 보니 동문 선배라고 한다. 다시 말해 공사 구분을 못하는 의미다. 기자를 비롯해 이 광경을 지켜봤던 사람들은 황당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선수 기용에 대한 의견도 내세운다고 한다. 의견보다 압박이 될 소지도 있다.

B 구단 고위 관계자 또한 마찬가지. 그가 한 번 지나가면 쑥대밭이 된다. 시어머니처럼 이것저것 간섭하다보니 될 일도 안 된다. 스스로는 선수단 발전을 위한 것이라 여기겠지만 '안 오는 게 돕는 것'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실무 총책임자답지 않게 사사건건 트집 일색이다.
언제부턴가 프런트가 구단의 중심이 돼 버렸다. 선수단이 최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는 게 프런트의 역할. '뒷바라지'라는 표현이 가장 옳다. 요즘 들어 철저한 주인 행세다.
프로야구 최장수 단장이었던 김재하 전 삼성 라이온즈 부사장은 단장 부임 이후 현장과 프런트의 분리 원칙을 고수했다. 그는 항상 그림자 역할을 맡았다.
선수 기용 여부를 비롯해 감독의 고유 영역에 대해 결코 침범하지 않고 현장의 요청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등 선수단이 최상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002, 2005, 2006년 세 차례 우승 모두 이 덕분이었다. 일부 구단들이 모범 사례로 삼아야 할 것 같다.
김응룡, 김성근, 김인식 등 이른바 '3김' 사령탑이 물러나고 각 구단 감독의 연령층이 낮아진 것도 하나의 원인. 한 야구인은 "김응룡, 김성근, 김인식 등 거물급 감독이 없어 그런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최근 김응룡 전 삼성 사장은 현장 복귀 의사를 드러낸 바 있다. 프로든 아마든 상관없이 야구 인생의 마지막 봉사라는 각오로 베풀고 싶다는 게 요지다. 프런트 야구가 득세하는 요즘 들어 '3김' 감독의 존재는 더욱 그리워지는 듯 하다.
좋은 성적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현장과 프런트의 분리 원칙을 지키는 게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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