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첫 공개, 생각보다 안웃기고 뭉클하네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2.09.18 17: 09

영화 '간첩'(우민호 감독)이 생활 밀착형 간첩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액션과 가족드라마를 버무렸다.
'간첩'은 18일 오후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 언론배급시사회를 갖고 첫 공개됐다. '남파한 지 10년 이상 지난 고정간첩들은 어떤 모습일까?'란 호기심에서 시작한 듯한 이 영화는 하반기부터 줄줄이 선보이는 간첩 소재 영화들의 본격 포문을 여는 작품이다.
당초 코미디 쪽으로 홍보가 주로 됐지만, 코믹 보다는 드라마에 가깝고, 소재가 간첩인 것 만큼 강도 높은 액션신도 눈에 띈다. 대의보다는 내 가족이 중요하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내 한끼 먹고 살기가 바쁜 남파 간첩들의 모습은 우리 현실이 투영돼 감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김명민은 상반기 흥행작 '연가시'에 이어 또 한 번 위기에 처하는 가족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장으로 분했다. 영화 속 생활형 간첩으로 그 모습이 가장 여실히 묘사되는 김명민은 중국에서 밀수한 비아그라를 불법으로 판매해 그 수익으로 먹고 사는 남파 22년차 사업가(?) 암호명 감과장으로 분해 생활 밀착형 연기를 보여준다. 특이한 신분이지만 우리 주위에 늘 살고 있는 사람인 듯 처럼 자연스럽고 평범한 인간적인 모습이다. 화려한 맨손 액션을 구사하는, 고난위 훈련을 받은 간첩과 아내에게 구박받는 삶에 찌든 평범한 가장이라는 극과 극의 모습이 아이러니한 재미를 안긴다.
김명민을 비롯해 유해진, 변희봉, 염정아, 정겨운 등 각각의 개성을 지닌 간첩들의 앙상블이 영화의 큰 관전 포인트다.
북한 최고의 암살자로 등장하는 유해진은 웃음끼를 싹 빼고 김명민과 날선 대립 구도를 형성하며 '팔색조' 염정아는 암호평 강대리로 분해 복비 10만원에 목숨거는 억척스럽지만 자식만을 생각하는 워킹맘에서부터 섹시한 모습으로 미션을 수행하는 연기까지 자연스럽게 해 냈다.
간첩들의 인물 구도에 양념 역할을 하는 것은 이런 염정아와 장겨운의 러브라인. 정겨운은 귀농 후 소를 키우는 충청도 농촌 총각 암호명 우대리를 연기하며 이북 사투리와 충청도 사투리가 섞인 어눌한 말투와 대사로 웃음을 자아낸다. 우직하면서도 귀여운 간첩이다.
캐릭터와 대사, 반전 상황 등 재미있는 요소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지만 영화 자체는 아무래도 소재의 무게가 있어서인지 시종일관 유쾌하고 폭소를 자아내는 작품은 아니다. 전셋값에 시달리는 간첩이라니, 굉장히 우스울 것 같지만 리얼한 현실에 안타까움이 앞선다.
대신 간첩이든 누구든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은 다 똑같다는 생각이 뭉클함을 자아내기도 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10년이 넘도록 살면서 점차 적응해가는 간첩들의 이야기는 실제로도 코믹보다는 슬픈 드라마에 가깝지 않을까? 롯데 엔터테인먼트의 추석 대목 기대작이다. 오는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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