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말씀은 없으셨어요. 그렇지만 선수단 철수로 인한 감독님의 퇴장 자체가 선수단에 주는 메시지가 컸으니까요”.
홀로 그라운드에 남아 박빙 리드에서 팀의 몰수패를 막은 공신 김선빈(23, KIA 타이거즈)이 이틀 전 경기를 복기했다.
김선빈은 지난 16일 문학 SK전 8회말 무사 1,2루에서 나온 이호준의 파울 타구에 따른 선동렬 감독의 판정 항의와 선수단 철수 후 퇴장 당시 홀로 3루 베이스에 걸터앉아 팀의 몰수패 조건을 막았다. 감독 퇴장의 경우 그라운드에서 단 한 명의 선수가 덕아웃으로 철수하더라도 요건이 되지만 몰수패에는 선수 전원의 철수 요건이 있다.

위기였으나 앞서던 순간인 만큼 KIA 측은 선수 한 명을 남겨두었다. 원래 처음에는 3루수 박기남(31)이 남아있었으나 후배인 김선빈이 3루 베이스에 앉아 그라운드를 지켰고 이후 김선빈이 갈증을 호소, 윤완주, 이준호 등이 그라운드에 남았다. 김선빈이 14분의 경기 중단 중 12분 여 정도를 그라운드에 남아있었고 경기 속개 후에는 김강민의 타구를 멋진 수비로 병살 연결했다. 3-2 팀 승리 시 데뷔 첫 세이브를 올린 신인 우완 홍성민과 함께 숨은 공신이 된 김선빈이다.
18일 광주 두산전을 앞두고 만난 김선빈은 박기남 대신 3루에 선 데 대해 “선배께서 계시게 할 수는 없잖아요”라며 웃은 뒤 당시 상황을 돌아보았다. 경기 속개 후 홍성민이 이호준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면서 무사 만루까지 쫓겼던 KIA였으나 박정권을 3루수 직선타로 잡아낸 데 이어 김강민의 유격수 병살타로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이호준 선배가 몸에 맞는 볼로 나간 뒤 오히려 심적으로 부담이 덜했어요. 꼭 무실점으로 막아야 한다는 당위성보다 ‘한 점은 내줄 수 있어도 최대한 막아내자’라는 생각이었거든요. 그 상황이 벌어져서 집중했다기보다 당연히 해야 할 일에 대한 집중도를 높였습니다”.
그와 함께 김선빈은 선 감독의 퇴장 당시 특별한 이야기가 있었는지에 대해 묻자 “별 다른 이야기는 없으셨다”라고 답했다. 현역 시절에도 단 한 번의 퇴장이 없던 선 감독의 퇴장 자체가 선수들에게 무언의 긴장감을 주었다는 이야기였다.
“별다른 말씀은 안 하셨어요. 그러나 선수단 철수를 지시하셨다는 자체가 우리의 경기를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는 무언의 메시지였다고 생각했어요. 그만큼 더욱 힘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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