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달에 우리나라 태풍 오는지 빨리 확인해 봐라".
막바지에 이른 프로야구 정규시즌, 치열한 순위싸움이 한창이지만 그보다 화제가 되는 건 감독들의 잇따른 낙마다. 지난달 28일 한화 한대화 감독이 성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전격적으로 경질을 당한데 이어 17일엔 넥센 김시진 감독이 마찬가지로 해임 통보를 받았다. 하위권 감독 두 명이 연달아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옷을 벗음에 따라 남은 구단 감독들도 전반적으로 씁쓸하다는 반응이다.
롯데 양승호(52) 감독 역시 김 감독의 경질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언제 그렇게 될지 모르는 게 감독이다. 나도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양 감독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한 감독과 김 감독은 한반도를 관통한 태풍과 함께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한 감독은 제15호 태풍 볼라벤이 한창 북상을 하던 날 자정 쯤 자진사퇴 소식이 전해졌다. 또한 김 감독은 제16호 태풍 산바가 영남지방을 지나 동해상으로 빠져나가던 17일 오후 이장석 대표에게 경질 통보를 받았다.
'태풍이 하나 올 때마다 감독이 한 명씩 날아갔다'라는 유쾌하지 못한 농담이 나오는 이유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양 감독은 옆에 있던 롯데 구단 직원에게 "10월 달에 태풍이 언제 오는지 확인해 봐라. 그 다음 차례는 내가 되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는 농담을 던졌다. 10월이면 올 시즌 모든 일정이 마무리 될 시기다. 참고로 10월 태풍은 10년에 한 번씩 한반도를 통과한다.
양 감독은 부임 첫 해 롯데를 정규시즌 2위로 이끈데 이어 올해에는 투타주력이 제외된 상황에서도 2년 연속 2위를 노리고 있다. 성과를 내고 있는 양 감독이지만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알 수 없는 게 감독자리다. 양 감독의 농담이 허투루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