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앙숙이라 불러도 될 듯하다. 롯데 자이언츠와 SK 와이번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즌 막판 치열하게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지난해와는 정반대 양상으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 롯데는 9월들어 SK와 치열하게 2위 싸움을 시작했다. 당시 두 팀은 하루 지나면 순위가 바뀔 정도로 치열하게 일전을 벌였다. 그러한 순위싸움의 윤곽이 드러난 건 9월 20일부터 가진 사직 3연전, 당시 롯데는 SK에 뒤져 3위에 머무르고 있었지만 2승 1패로 위닝시리즈에 성공하며 2위 자리를 되찾았다. 기선제압에 성공한 롯데는 이후 2위 자리를 한 차례도 내주지 않고 정규시즌을 2위로 마쳤다. 하지만 정작 플레이오프에선 SK가 3승 2패로 승리를 거두고 한국시리즈에 진출, 설욕을 했다.
18일 경기 전까지 2위 롯데와 3위 SK는 1.5경기 차, 당연히 2연전에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두 팀은 4차례 맞대결을 남겨뒀기에 사직 2연전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경기 전 양 팀 사령탑은 "시즌 막판까지 2위 싸움은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시즌 막판 상위권 판도의 시금석이 될 이날 경기의 승자는 SK였다. SK는 4회 선취점을 내주며 끌려가다 6회 1사 만루에서 최정의 내야땅볼로 동점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이어 8회엔 이호준과 박정권의 연속안타로 만들어진 2사 1,2루 기회에서 박재상이 좌중간 역전 2루타를 작렬, 결국 3-1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SK는 롯데에 반 경기 차까지 추격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롯데는 올 시즌 13경기, SK는 15경기를 남겨두게 됐다. 만약 롯데가 남은 경기에서 7승 6패를 거둘 경우 SK는 9승 6패를 거둬야만 순위를 뒤집을 수 있다. 롯데가 무승부 6개, SK가 3개를 기록하고 있어 승리수가 같더라도 롯데가 유리하다. 그렇지만 두 팀은 앞으로 3번의 맞대결을 더 남겨두고 있다.여기서 SK가 2승 1패만 거둔다면 순위싸움의 향방은 알 수 없게 된다.
게다가 두 팀을 위해 '결승전'까지 준비되어 있다. 지난 8월 말 태풍으로 인해 양 팀의 인천 2경기가 연기된 바 있다. 현재 잔여일정 상 예비일이 없기 때문에 10월 2일 이후에 맞대결을 벌일 수밖에 없다. 지금의 격차를 유지한다면 인천에서 벌어질 2경기가 사실상의 결승전이 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9월 두 팀의 맞대결 전에는 롯데가 도전자의 위치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SK가 롯데를 추격하며 작년과는 정반대 양상이다. 거인과 용의 혈투에서 최후에 웃는 팀은 누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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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백승철 기자,baik@osen.co.kr
